“한우 산업 경쟁력은 혼자만 잘한다고 높아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백가지 기술이라도 나 혼자만 안다면 의미가 없지요.”
전남 무안군 몽탄면 구산리에서 ‘거기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고봉석씨(51)는 올해로 한우를 사육한 지 5년차밖에 안됐지만 이웃 농가들 사이에선 ‘한우박사’로 통한다. 한우의 사양·개량·고급육·쇠고기유통 이론에 대해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웬만한 전문가 강의를 듣는 것보다 더 깊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잘나가는’ 대기업에 근무하던 고씨가 이처럼 단기간에 ‘한우박사’가 된 것은 남다른 학습노력 덕분이다. 고씨는 직장 퇴직을 결심하기 1년 전부터 한우 분야에 최고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전국 시·군의 축산담당 부서에 한우를 잘 키우는 농가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한우 선도농가를 찾아 어떻게 그런 경지에 올라섰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조언을 듣고 싶어서다. 고씨는 또 축산과학원 등 축산관련 연구기관에 논문과 책자 등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씨는 한우 사육에 나서기 전에 이미 수많은 농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소 사육에 관한 국내외 논문을 섭렵하는 한편 각종 교육에 참석, 소 사육에 대한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 고씨는 “그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고, 노트에 기록하고, 연구논문을 읽다 보니 한우에 대해 눈이 트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고씨는 번식암소 50마리와 비육용 수소(거세우) 50마리 등 모두 100마리를 사육한다. 2005년에 귀농, 축사 신축을 마치고 송아지를 입식한 터라 아직 본격적으로 출하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 시범적으로 출하한 7마리(거세우)는 평균 도체중이 450㎏이나 나갔으며, 육질 1+등급이 5마리나 됐다.
특히 대부분의 농가들은 거세우를 30개월령에 출하하지만 고씨는 이들보다 2개월 단축한 28개월령에 출하해 이웃 농가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고씨는 송아지의 젖 떼는 시기도 75일령에 한다. 일반 농가들은 6개월까지 지나야 젖을 떼지만 고씨는 이유 시기가 빨라야 어미소의 발정 공태기간이 단축되고 송아지 증체속도도 빠르다는 것을 확인, 이유시기를 앞당겼다.
이밖에도 고씨는 소에 사료를 과다하게 줄 경우 오히려 지방만 쌓이는 등 과비현상을 막기 위해 고구마줄기·보리·볏짚·아탈리안라이그래스 등 조사료 급여에 많은 신경을 쓴다. 고씨는 올 8월쯤이면 본격적으로 소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료비는 줄이고 육질은 높여 거세우 한마리당 월평균 소득 10만원(28개월로 환산시 280만원)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고씨지만 그는 늘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이웃 농가들과 공유하며 이론과 현장을 접목하느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지역의 한우 공동브랜드인 〈녹색한우〉의 안정적인 발전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축사 안에 강의와 세미나가 가능한 학습시설까지 갖췄다. 이곳에는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컴퓨터 3대와 영상장비인 빔 프로젝트, 대형 스크린까지 설치돼 있어 매주 2~3회 정도 저녁시간을 이용한 현장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고씨는 “전문가들이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낸 사육방식을 현장에 접목하면 보다 쉽게 한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도, 상당수 농가들이 관행 방식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한우와 관련된 각종 정보와 최신 논문 등을 최대한 수집해 전파하는 등 한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