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1942. 5. ~ (전남 영광)
학력 : 전주 진흥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서울대학교대학원 국문학 박사
등단 : 1968년 [현대문학]에 시 <잠 깨는 추상>
수상 : 소월 시문학상(1986), 정지용 문학상(1992), 공초
문학상(1999), 만해 시문학상(2000), 영월 김삿갓
문학상(2008)
경력 : 서을대학교 교수
1995~1996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강사
2006년 3월 제35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 바람의 그림자 ♣
오세영 시인이 등단 41년 만에 선보이는 18번째 신작 시집
오세영 시인의 언어는 맑고 투명하다. 서정시의 형식과 문법에서 일탈한 파격적인 언어가 난
무하고 시적 언어와 산문적 언어의 경계마저 무너진 오늘날 우리 시단의 창작 경향에 비춰 보
면, 그의 시에서 만나게 되는 언어는 지나칠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그것은 서정시의 기본 문
법에 대한, 그리고 서정시의 자기준거성에 대한 시인의 고집과 신념을 보여준다. 그의 제 18시
집 [바람의 그림자]에 적은 '시인의 말'을 통해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아울러 그의 약력과 함께 계간지 <시와 경계> 2009. 봄, 창간호에 실린 그의 글도 살펴보자.
- 솔의향기 -
■ 시인의 말
잘 된 것이든 못 된 것이든, 그 과정이 괴로운 것이든 즐거운 것이든 한편의 시를 써놓고 느끼
는 성취감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시인은 세속적 행복과 아무 관계가 없는 -오히
려 그로 인해서 때로 불행해질 수도 있는- 시작(詩作)을 마치 상습 마약범처럼 계속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왜 그런 것일까. 아마도 영원에 대한 체험 때문이리라. ‘영원’이라는 단어가 좀 당돌하다면 ‘영
원성(永遠性)’이라는 말로 고쳐 불러도 상관없다. 시인은, 아니 최소한 나는 이 영원에 대한
동경 때문에 시를 쓴다. 시가 아니라면 이 세상 그 무슨 인간사에 영원이 있다는 말인가.
살아오는 동안 나는 아직 그 어떤 것의 실체에서도 영원성을 본 적이 없다. 일상인들이 행복의
본질이라 생각하는 권력과 부를 보라. 세속적인 일에 골몰하여 한 때 최고의 권력이나 재력를
누린 자들, 혹은 그 가족들의 말로가 웅변해주지 않던가.
현재는 덧없고 모든 인간사는 흘러 과거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 부른다. 그리고 이미
역사가 된 것들은 그 되는 순간에 -비록 하나의 기억으로 남아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겨 줄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 무로 돌아가 버린다. 그것은 현재와 아무 상관이 없다. 임진왜
란이, 세조의 왕위찬탈이 그 당대의 의미로 살아 어떻게 현재의 우리와 직접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시는 그렇지 않다. 소포클레스의 서정시들이, 신라의 향가들이, 황진이의 시조
가 비록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 전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우리에게 버젓이 살아 생생
하게 말을 건네 오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시는 영원할 수 있는가. 그것은 시가 행위태(行爲態)가 아니라 존재태(存在態)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자연이 그러한 것과 같다. 그래도 우리가 이 지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원은 자연뿐이 아니던가. 그런데 모든 존재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그 실체를 지닐 수 없다. 예컨대 자연은 신(神)이 만들며, 시(詩)는 그 자연을 모방해서 인간이
만든다. 헬라어로 시(poesis) 란 원래 무엇인가를 ‘만든다’의 뜻이다. 신이 만든 것이 자연, 인
간이 ‘만든’ 것이 시(art = poesis)인 것이다.
태초에 신이 하늘을, 땅을, 산과 바다를 만들 듯이 나는 오늘도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한다. 만
일 내가 만든 그것이 산이라면 백두산이 될지, 한라산이 될지, 아니 화산이나 민둥산이 될지
아직 모른다. 어떻든 나는 무엇인가를 만들며 그 만드는 행위 속에서 영원을 체험하고 있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신이 그 마지막 날 행복감에 취하셨던 것처럼……그러므로 비유컨대 산을
만드는 자는 시인이지만 그 만들어진 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들은 산문가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 시인들 대부분 한 개의 산이라도 만들려 하지 않고 그 산에 대한 이야기로
꽃피우고자 한다. 존재를 지향하지 않고 행위를 지향하려 한다. 그것도,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취하려는 자세를 놓고 훌륭하고 훌륭하지 않음을 논하려 한다.
2009년 어느 여름날, 청강(聽江) 오세영
시인 오세영은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태어났으며, 본관은 해주(海州)이다. 인간 존
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철학적으로 노래하는 중견시인이자 교육자이다.
1960년 전주 신흥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5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했다. 1968년 동대학 대학원 국어국문학에 진학해 석사학위(1971) 및 문학박사 학위(1980)를 취
득했다.
충남대학교(1974~1981)와 단국대학교(1981~1985)에서 국문학을 강의했다. 1985년부터 서울대
학교에서 현대문학(현대시)을 강의했으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1995~1996)에
서 한국현대문학을 강의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1968년 박목월(朴木月)에 의해 시 <잠깨는 추상>이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
다. 첫시집 [반란하는 빛](1970)에서 알 수 있듯이 모더니즘에 심취해 있던 초기에는 기교적이
며 실험정신이 두드러지는 시들을 발표했다. 첫시집 출간 후 언어의 예술성에 철학을 접목시
키는 방법론적 문제로 고민하던 시인은 동양사상, 특히 불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후 불
교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물의 인식을 통해 존재론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현
대문명 속에서 아픔을 느끼는 인간정서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하는 시적 변모를 모색한다. 이러
한 변화는 생에 관한 서정적 인식을 노래한 두 번째 시집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1983)와 존
재의 실존적 고뇌를 '무명(無名)'이라는 동양적 진리를 통해 탐구한 세 번째 시집 [무명연시(無
名戀詩)](1986)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연작시 <그릇>을 들 수 있
다.
한국시인협회상(1983), 녹원문학상(평론부문, 1984), 소월시문학상(1986), 정지용문학상(1992),
편운문학상(평론부문, 1992), 공초문학상(1999), 만해시문학상(2000), 영월김삿갓 문학상(2008)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모순의 흙](1985), [무명연시], [불타
는 물](1988), [사랑의 저쪽](1990),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1991), [꽃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1992), [어리석은 헤겔](1994), [벼랑의 꿈](1999), [적멸의 불빛](2001) 등이 있고, 평론집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1981), [20세기 한국시 연구](1987), [한국현대시의 해방](1988), [상상
력과 논리](1991), [문학연구방법론](1993), 산문집 [꽃잎우표](2000)와 시론집 [시의 길 시인의
길](200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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