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세속성은 안 된다
<복음의 기쁨> 제2장 공동 노력의 위기 속에서
Ⅱ. 사목 일꾼들이 겪게 되는 유혹들
1) 선교 영성의 과제에 대한 응답 2) 이기적인 나태는 안 된다 3) 무익한 비관주의는 안 된다 4) 그리스도께서 가져다주신 새로운 관계에 대한 응답 5) 영적 세속성은 안 된다 6) 우리 사이에 싸움은 안 된다 7) 교회의 또 다른 도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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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적 세속성은 안 된다(93~97항)
이 유혹은 미묘하면서도 사실은 너무나 흔한 것이어서,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사목 일꾼의 영적인 세속성은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하여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광과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93항)이다.
겉으로는 교회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내려 할 때, 세속적인 기준으로 사목 활동을 평가할 때에 교회도, 사목 일꾼 개인도 영적 세속성에 빠진 것이다.
그러한 실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다른 사람의 눈에 크게 뜨이지 않는다 해도 이러한 영적 세속성은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며 소금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게 하는 것이다.
먼저 교회 공동체의 차원에서는, “복음이 하느님의 백성에게 그리고 현대의 구체적인 요구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눈에 보이는 것, “통계와 기획과 평가에 매달리는”(95항) 모습들이 지적된다.
한국 교회 안에서 예를 든다면 (이는 필자가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교구들 자체 안에서 비판의 소리를 들어 본 예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교구 설정 몇 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성전 건립, 신자 비율 몇 퍼센트를 달성하려는 운동 등에서 그러한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사목 일꾼 개인의 차원에서는,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교회의 이름으로 수행되어야 할 사목 활동이 나를 위하여, 나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될 수 있다.
예언자들과 사도들의 삶에서, 우리는 그 개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 중심임을 본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는, 아무리 겉에서 볼 때에는 하느님과 교회를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할지라도 속에서는 내가 커지려고 하는 모습들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또 설령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목 일꾼’으로서 한 일은 아니다.
목자로서 양을 기른 것이 아니라 목자 자신을 기른 것이고(에제 34; 요한 10), 사도로서 파견되어 사도직을 행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간 것이다.
“하느님, 껍데기뿐인 영성과 사목으로 치장한 세속적인 교회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 복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합시다!”(97항)
안소근 수녀 (대전가톨릭대 교수,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