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동을 다녀온 뒤로 관심이 생긴 두 사람이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씨와 얼마 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 씨입니다. 이 두 사람에게 관심이 간 것은 우연히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와~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노래와 노랫말이 어울려 멋진 노래로 들린다는 것, 또 한 사람은 피아노를 치는 모습 그 자체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멋지게 보이고 빛나는 것 같다고 느껴져서 부러움이 들기보다는 그저 감탄만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천재와 평범한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 것일까? 천재라고 불리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재능이나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이따금 들곤 했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가지진 못했지만 남이 가진 재능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재능을 따라잡는다기보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배우거나 애쓰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그저 부러워만 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못하는 까닭에는 먹고살기 바빠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지레 걱정하거나 다른 여러 가지 핑계로, 그리고 정말 해보려고 시간을 많이 들이고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에도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거나 뒤로 미루거나 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어쩔 수 없지.’ ‘나는 소질이 없었던 거야.’하고 안 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안예은 씨와 임윤찬 씨는 어떻게 저 자리에까지 설 수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타고난 재능만으로 가능한 것이었을까? 라는 물음이 떠올랐는데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능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습과 노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역사를 살짝만 들춰봐도 천재라고 불릴 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안주하거나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사라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꼭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날마다 아프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니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고 좋지만 뭔가 ‘나다운’ 재능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미련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하게 천재와 평범한 사람에 대해 생각을 더 이어가지도 않았겠지요. 사실 그런 마음 한편에 무엇이든 만족할 만큼 해보질 못했다는 결핍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공연한 욕심만 느는 것은 아닐까? 라는 불안이 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결국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되어서 명쾌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더 길게 필요하겠구나 싶습니다.
2. 두 달 만에 시우와 둘이서 춤 수업을 했습니다. 깊은샘 밑그림을 고쳐서 시우와 도훈이가 따로 공부하는 것으로 한 꼭지씩 조정했는데 시우만 하는 수업이 춤 수업입니다. 두 달 만에 하는 수업이라 춤사위를 다 까먹은 줄 알았는데 웬걸 다 기억하고 있고 춤사위도 놀랍게도 선이 살아있습니다. ‘어어... 이건 뭐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춤사위를 가르쳐주고 조심해야 할 것, 신경 써야 할 것을 알려주니 곧바로 그에 맞게 연습을 합니다. 배운 것을 까먹지 않은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다음 것을 바로바로 배우는 것은 끼와 재능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이전에는 1분만 연습해도 힘들다고 그랬는데 이번에 보니 선생이 “자, 잠깐 쉬자.”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끈기 있게 하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3층 마루에서 연습해서 동생들이 오가며 보고, 앞에서 장난을 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선생이 줄곧 봐주지 않고 비누도 만들고, 다른 일도 하면서 연습하는 것을 봐줬는데 꾀를 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합니다. “어~ 시우야, 정말 잘하는데? 재능이 보이네. 내 수제자로 들어올 생각 없냐?”라고 하니 머쓱하게 웃는 시우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2시간을 꼬박 채워서 연습을 하고 나니 다리가 아프고 저리다고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시우가 멋있다고 하는 건 잘 몰랐던 끼를 보게 되어서가 아닙니다. 하나에 집중하고 끈기 있게 하는 모습이 대단하고 스스로 잘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침회 때 춤 수업에서 보여준 모습을 두고 시우와 깊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끈기 있게 하는 모습이 시우가 가진 장점이고 그걸 앞으로도 잘 살려가자고도 했습니다. 앞으로 오늘 본 모습만 가지고 또 선생이 욕심을 부려서 하기 힘들거나 싫은 마음이 들지 않게 잘 도와야 할 일입니다.
몇 년을 아이들과 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게 되거나 다른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는 남다른 생각을 내놓을 때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재능으로 봐야 할지, 꾸준한 연습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아이들마다 가진 기운과 여럿이 같이 가꿔가야 할 가치, 재능과 끈기 사이에서 교육이 가져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이만큼을 공부했으니 이만큼의 결과가 꼭 그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 게 교육이라 길게 보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도 그렇고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니까요. 재능을 키우는데는 끈기가 반드시 따라야 하고, 끈기가 있으려면 그것에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 만한 재능도 있어야 하기도 하고요.
교육에서 뭘 더 돕고 이끌어야 할지는 아직도 물음표에 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는 교육의 방향의 기준은 재능과 끈기 그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 라는 답을 줄곧 찾아가야 하겠습니다.
첫댓글 우리 시우의 춤사위를 보고싶네요. 부모님들을 보면 분명 끼가 다분할거라 믿어 의심치않습니다. 멋지다 우리 최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