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자연속학교 즐기기 - 22. 6. 17
2022년 6월 17일 쇠날 날씨 : 햇살이 강하고 낮에 꽤 덥다.
제목 : 우리만의 자연속학교 즐기기
하동에서 온전하게 보내는 마지막 날.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고 지금껏 해오던 것을 익숙하게 잘하는 것, 하고자 했던 것을 잘 갈무리해야 하는 것이 크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5시 40분에 아이들을 깨워 매실을 따러 간다. 이번 일놀이 자연속학교에서는 매실 따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하질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한 가지 일에 꾸준히 매달린 것도 큰 뜻이 있을 것이다.
일하는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아이들도 많이 따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크게 낸다. 두 시간 동안 일하면서 두세 번쯤 쉬었나 싶은데 세 사람이 합쳐서 네 상자가 조금 모자라게 땄다. 매실이 많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부지런히 일한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낮에 일하기 전까지 뭘 할지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제 특별하게 여행으로 오지 않는 이상 하동으로 올 일이 거의 없으니 나름 추억을 쌓고 이번 자연속학교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아서 말이다. 그래서 나온 의견이 최참판댁과 동정호 공원이었다. 동정호 공원은 사흘을 지낸 잠집에서 재밌게 놀았으니 다시 가보고 싶은 뜻을 알겠는데 최참판댁에 가자는 것은 생각 밖이었다. 도훈이가 가자고 했는데 별 뜻은 없었나 보다. 그저 주말에 점심 먹었던 곳이 최참판댁이 있는 곳인데 마저 둘러보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몇 년 전에 자연속학교에서 온 것을 두 아이 다 기억하고 있질 못했다.
아침 먹고 9시 30분쯤 나가서 최참판댁을 정말 처음 가 보는 것처럼 둘러보고 잠깐 툇마루에서 쉬기도 했다. 휘적휘적 둘러보다 박경리 문학관에도 들어가 봤다. 4대에 걸친 긴 이야기와 작가 박경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기에는 마땅치 않아서 눈 가는 데로 둘러보게 했더니 평사리를 그린 그림에 발길이 머문다. “최참판댁이 여기면 왕규식 선생님 댁은 저기쯤 있을까?”라며 또 다른 평사리를 보며 이번 자연속학교에서 추억을 하나 쌓는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선 낮에는 동정호 공원으로 갔다. 사흘을 재밌게 놀았던 곳이라 선생을 이끌고 이곳저곳으로 가서 했던 놀이나 기억 따위를 불러낸다. 달리기 시합도 빼놓지 않고. 그러고 보니 선생만 여기에 와 보질 못했다. 늘 밥 채비하고 피곤해서 누워있느라 가 볼 생각을 하질 못했던 탓인데 뒤늦게 아쉬움이 들었다. 출렁다리를 지나 있는 인공 섬에서 잠깐 쉬기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번에 대부분 일하는 사진만 찍었는데 이 시간에 자연스레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길 수 있어서 조항ㅆ다. 그리고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가 세시에 맞춰 일할 수 있게 산으로 올라갔다. 선생 바깥 회의가 5시에 있어서 였다.
일하기에 앞서 며칠 전부터 도훈이가 가보고 싶어 했던 기원정사라는 곳에 잠깐 들렀다. 산 올라가는 길목에 표지판이 있는데 이제껏 가 볼 생각을 하질 못했는데 도훈이가 가 보자 해서 가게 되었는데 아마 맑은샘에서 가는 것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어서 괜히 웃음이 났다. 1km 남짓 차로 올라가니 예상했던 대로 절하며 수행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악양 벌판도 꽤 볼만 했다. 그러다 문득 또 도훈이가 “부처님 만났으면 절을 해야 하는데.”라고 해서 “절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라고 했다가 문득 생각나서 템플스테이를 가 보면 어떻겠냐고 하니 도훈이는 선선히 좋다고 하고 뭔지 잘 모르는 시우는 모르긴 하지만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별 것 아닌 대화에서 6학년이 해 볼 만한 특별한 공부가 정해졌다. 두 아이 두 해보고 싶다 하니 할 수 있게 선생이 도와야겠지. 때를 살펴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게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바람도 그다지 불지 않고 매실이 더 보이질 않아서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그래도 끝까지 빨리 내려가자고 조르거나 하기 싫다고 짜증을 내질 않는다. 오늘까지 닷새 동안 매실을 땄는데 덥거나 매실이 그다지 없어서 짜증을 내는 때 말고는 일하기 싫다는 소리는 들어보질 못했다. 싫다 싫다 하면서도 장난이 섞여 있고 놀면서 일하는 것이 조금씩 몸에 배어갔기 때문에 일하면서 그런 일로 서로 감정 상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낮에도 2시간을 꼬박 채워 일해서 세 상자를 채웠다. 그러면 오늘 딴 것만 200kg쯤. 닷새를 땄는데 힘들어서 매실이 적어서 덜 딴 것을 생각하면 이번 자연속학교에서 대략 900kg쯤 따지 않았을까 짐작해봤다. 그 말을 듣자 아이들도 놀라는 눈치다. 그다지 일을 많이 한 것 같지 않은데 그렇게 많이 땄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을 법도 하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오기 힘들었던 자연속학교를 끝까지 두 청소년이 서로 의지하며 재미나게 지내고 일하면서 농부의 삶을 조금은 들여다보고 따라 지내면서 몸으로 배운 것이 크니 말이다. 내일까지 열하루 동안 지낸 경험이 두 청소년에게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날이라고 따로 일을 줄이지 않아서 좋았고, 시우와 도훈이와 셋이서 별것 아니지만 나름 자연속학교 한 때를 재미나게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저녁에 바깥 회의를 하면서 저녁 채비도 같이 했는데 열흘 동안 학교에서 가져온 반찬과 새참을 알뜰히 잘 챙겨 먹은 게 보였다. 자연속학교 기간이 줄긴 했지만 반찬 수를 늘리고 선생이 만들어야 할 음식을 빼고 때에 맞게 나눠 먹으니 음식을 버리는 게 거의 없었고 아이들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는 양이지만 잘 먹어줬다. 그래서 맑은샘 부모님들이 정성껏 채비해준 반찬을 남기지 않고 잘 먹고 과천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이렇게 나 빨리 지나가는 줄 느꼈으면서도 마지막 날이 되니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든다. 어제쯤부터 피곤함이 덜하고 여기서 지내는 게 몸에 익었는데 올라가야 한다니 말이다. 아쉬움이 큰 만큼 잘 정리하고 다음에 또 기꺼운 마음으로 내려오고 푹 빠져 지내면 되겠지. 이제 내일은 집에 간다. 열흘 동안 잘 지내준 도훈이, 시우가 고맙고 정말 애썼다.
첫댓글 노쌤도 시우도 도훈이도 애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