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등학교에는 인턴쉽이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전에는 여러 차례 우리 학교에서 인턴쉽을 한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제천간디학교 6학년(제천간디학교는 중고통합 6년제 학교) 이한주 학생이 인턴쉽 과정으로 맑은샘학교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여, 봄에 자기소개서를 받고 이야기를 나눈 뒤, 6월 2일부터 6월 24일까지 함께 살며 쓴 일지를 그대로 올립니다^^
이한주 잠깐선생님 일지
2022년 6월 2일 목요일
맑은샘학교로 첫 출근을 했다. 아침에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푸른샘에서 김우정선생님을 도와주며 남은 목요일 금요일을 살면 된다고 하셨다. 오전엔 아침열기로 산책을 갔다. 가다가 희주누나를 마주쳐 인사를 했다. 그리고 돌아와 책을읽고 시를 외고 노래를 부른다음 소공원? 으로 가서 줄놀이를 했다. 허리에 줄을 묶어 발로 밟는 놀이도 했고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어부놀이도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그리고 푸른샘이 난타를 배우고 나는 구경하다가 나와서 2학년친구들이랑 놀았다. 잘은 못치지만 피아노도 치고 애들이랑 재밌게 놀았다. 친구들이 쉴새없이 여러 질문들을 하는데 귀엽고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자꾸 한비언니 예쁘지 라고 물어봐 계속 아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한비를 예쁘다고 말하면 좋겠는지 계속 물어봤지만 끝까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돼서 준비를 했다. 배식하는곳이 좁아서 쪼그리고 해서 다리가 아팟다. 오후에는 이준이가 와서 이준이랑 같이 청소도하고 선그리기도 했다. 그리고 쉬는데 진이 빠졋다 애들 텐션이 굉장히 높아서 나도 이렇게 기가 빨리는데 선생님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옛날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의 맑은샘 학교생활이 기대된다.
2022. 6. 3. 금요일
단오날이라서 아침에 푸른샘 어린이들이랑 산책을 갔다 온 뒤 텃밭에 물 주는 일을 조금 하고 창포물을 가져와 어린이들 머리를 감겨줬다 한주엽 선생님이 물을 뿌려주시고 애들은“아 차가워!”하면서 머리를 비비고 있었다. 눈에 물을 부치면 눈이 밝아진다는 주엽쌤의 말씀에 눈도 비비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리고 별다른 일과 없이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낮엔 씨름대회를 했다. 어릴 때 좋아하던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선생님으로 구경하고 있으니까 재미도 있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높은샘 어린이들 특히 여자 어린이들은 친구랑 힘겨루며 씨름하기 싫었는지 의리가 중요한 건지 시작하자마자 같이 주저앉아버리는 친구들도 많았다. ㅋㅋ 좀 열심히 해보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해도 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전체 마침회도 해봤다. 추억이 새록새록 이다. 다음 주부터는 다른반에 가서도 지내보고 싶다. 기대된다.
2022. 06. 07 화
3일 만에 다시 맑은샘을 갔다. 오늘은 6학년이랑 지내보기로 했다. 아침에 6학년 친구들이 조금 늦게 와서 아침 열기를 나중에 했다. 6학년은 2명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애들 성향이 그런 건지 노학섭 선생님이 계속 이야기하고 질문을 하는데 음... 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말들만 반복되었다. 하도 말이 없고 그냥 노학섭선생님이 이야기하는 대로 흘러가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아이들이 하고 싶은게 뭔지 맞춰주려는 노학섭 선생님의 수고도 보였다. 바로 저번 주에 시끄러운 1학년들이랑 생활해서 그런지 좀 더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아침 열기가 끝이 나고 내일부터 6학년들만 따로 가는 자연속학교를 가기 때문에 자연속학교 관련 얘기도 하고 시와 그림 내보이기 준비를 한 다음 졸업생과 간담회라 해서 나랑 6학년 친구들이랑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제천간디학교 관련 질문을 했다. 기숙사 장단점 이라던지 집은 언제 가는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선생님 없이 친구들이랑 따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선생님 먼저 내려가시라 하고 친구들이랑 얘기를 나눴다. 별 얘기 안하고 그냥 학교가 왜 재미없냐 하고 싶은게 뭐냐 이런 이야기만 나누나 밥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오후는 사물놀이 배우는걸 구경 했는데 우리 학교에서 하는 거랑 굉장히 비슷해서 놀랐다. 내일은 뭐 할지 기대된다.
2022. 6. 8. 수
뿌리샘 (4학년) 이랑 같이 지내보았다. 아침열기부터 엄청 시끄러웠다. 근데 귀아픈 시끄러움이 아닌 재미있는 시끄러움이라서 괜찮았다. 아침열기를 하고 관악산쪽으로 가서 어떤 선생님이 오셔서 나무나 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마지막에 게임도 했는데 승부욕이 강한 두친구가 1대1 대결을 했다. 어느 한 친구가 졌는데 그 친구 편인 친구들이 ‘괜찮아’ ‘질 수도 있지’ 이런식으로 얘기하며 위로를 해줘서 아 역시 높은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에는 기타를 조금 쳐줬는데 아이들이 몰려와서 공연보는 것처럼 해줘서 뿌듯했다. 오후에는 푸른샘이랑 천 물들이기를 했는데 옛날 기억도 나고 재밌었지만.. 쪼그려 앉아서 하니까 조금 다리가 아팟다. 오늘 산도 다녀오고 전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맑은샘 오고 나서 제일 재미있는 날이였다. 날이 지날수록 다음 날이 기대된다.
2022. 6. 9. 목
아침엔 버스를 타고 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하마터면 제때 내리지 못할뻔했다. 오늘도 뿌리샘에서 지냈다. 오늘 오전에는 시와 그림 내보이기 초대장을 쓰고 장구를 치러갔다. 전쌤이 어디 가셔서 아이들끼리 기억해서 쳐 봤는데 내가 3, 4학년 때 했던 장단이 조금씩 기억나서 신기했다. 별달거리를 젤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나 쳐서 재밌었다. 그리고 조금 쉬는 시간을 가져서 4층 별빛샘에 가서 조금 누워있었는데 한주엽선생님이 불러서 일어나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요즘 많이 피곤한가 보다. 오후 시간엔 수학과 과학을 배웠는데 중고등학교도 대안학교를 나오다 보니까 수학 세로 곱셈하는 법도 까먹어 버려서 다솜이한테 하는 법을 배웠다. 나보다 더 잘해서 깜짝 놀랐다, 하다 보니까 기억이 나서 할 줄 알게 되었다. 수학 공부는 재밌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