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남들은 불금이라며 들뜬 이도 있겠지만은 심각한
도박중독자인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박장으로
출근하여 피씨 앞에 앉아 도박에 열중하고 있다.
남들같은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 어두
컴컴한 구석진 곳에 앉아 내 영혼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항상 같은 패턴, 자정 12시 넘어 돈을 다 잃었다.
돈이 떨어졌으면 훌훌털고 일어나야 하는데 중증
도박중독자인 나는 일어날 수가 없다. 몇몇 친구들
에게 전화를 한다. 안받기도 하고 받는다 한들 여유
돈이 없다고 손사래친다. 여기서 멈추어야 했지만
나는 어떡하든 도박자금 몇푼이라도 더 구해 도박
을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전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였다.
아들이 받았다. 의례적인 안부를 묻고는 나의 진짜
속셈을 이야기했다.
아빠가 곧 줄테니 20만원만 보내주라...아들이 돈
없다며 끊어버린다.
평소에 이여사가 아이들에게, 아빠는 도박중독자
이니 단돈 만원이라도 주어서는 안된다 라고 철저
한 세뇌교육을 했던 터라 아들은 이를 잘 따른 것
이었다.
아들에게 부끄러움, 수치심,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돈 빌려달라는 전화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나는 도박자금을 구해야겠
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전화, 또 전화,
또 전화...세번 연속 걸었는데 안받는다.
대신에 아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도박할거면 노가다라도 뛰어서 자기돈 가지고
하든가 손목걸고 하든가 이제 연락하지마 번호
차단할거야''
충격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몰려왔다. 아들에 대한 미안
한 마음이 커져 갔다.
자정넘어 잠자고 있는데 전화로 도박자금 보내
달라는 도박중독자 아버지를 아들은 어떻게 생각
했을까?
회복자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나는 과거를 떠올
리며,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반복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마음을 잡고 가다듬는다.
나의 과거를, 만행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보고 또 보며 반성
한다.
울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도록 단도
박 잘 해 나가겠습니다.
첫댓글 서울에서 보여준 메세지 사진을 다시 보면서,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중독으로 미쳐있는 상태의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 이럴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눠 주신 글들과 감정들,
또 다른 반성과 감상,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오공님의 평생 치유를 위해 열심히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아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는 영원히 저에게 경종을 줄 것입니다. 수시로 보면서 제 자신을 채찍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