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토)
전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아들을 만날 생각
에 며칠 전부터 가슴이 설레였다. 주말이라 그런
지 정체구간이 많았고 고속버스는 인천을 출발한
지 3시간 30분만에 전주에 도착하였다.
기다리던 아들을 만나 진한 포옹을 하였다.
한정식집에서 식사하려고 몇 군데 전화해 보니
모두 영업준비 하는 시간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게장을 파는 식당을 검색해 찾아 갔다.
게장정식 2인분, 제육볶음을 주문하였다. 소주도
시켰다. 차 때문에 아들은 마시지 않고 혼자서
한병 반을 마셨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식사 너무
맛있었다. 아들이 식대 계산하기 전에 내가 먼저
계산을 끝내고 아들에게 약간의 용돈을 주었다.
아빠, 도박하지 않으니까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
도 돼. 건강 잘 챙기고, 낚시 적당히 해.
단도박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아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안골김선생님 부부와 신동전, 부전김선생님과
함께 야유회 장소인 완주군 고산면 소향가든
팬션에 도착하였다. 팬션 옆에는 작은 만경강이
흐르고, 높지 않은 산등성이는 누워있는 고릴라
얼굴 형상이었다. 초저녁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떠있는 별도 헤아려 보고 별자리 사진도 찍었다.
밤하늘을 보면서 협심자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
감사하고 소중하게 받아 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즐길 수 있기를 그리고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갈
수 있기를 다짐하였다.
선생님 한 분, 여사님 한 분께서 소중한 경험담을
나누어 주셨다. 이어서 홀로서기 주제로 전원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 몇 분께서는
정성껏 선물을 준비해 오셨다.
공식 프로그램을 소화한 후 흥겨운 뒷풀이 시간
을 가졌다. 노래 한곡씩 불렀고, 젊은 시절 MT
저리 가라할 정도로 마음껏 웃고 즐긴 흥겨운
자리였다.
2.12(일)
6시경 일어나 보니 교하김여사님께서 한창 떡국
을 준비하고 계셨다. 숙취로 두통과 속이 쓰려
힘들었지만, 어차피 누군가가 해야 할 일, 테이블
을 치우고 분리수거를 하고 설거지를 하였다.
술이 깨는 듯한 느낌이었고,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였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였다.
맛있는 매생이 떡국으로 아침을 하고 간단한
야유회 소감을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선생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11시 30분
부터 만경강을 따라 걸었다. 완주까지 4시간
1걸을 계획이었다. 수량이 있어서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 것 같았다.
춥지 않은 날씨, 조용히 흐르는 강물, 지저귀는
작은 새들의 울음소리...
일요일에 조용한 강가를 따라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음에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한시간 정도 걷다가 지도를 검색, 목적지를 논산
역으로 변경하였다. 완주군과 논산시는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봄이 머지않은 느낌이다. 논밭 모두 본격적인
농사 준비는 안되어 있었지만, 내일이라도 당장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집 마당가 나무에 커다란 까마귀 한마리가
나무가지에 꿰어져 매달려 있었다. 주술적 의미로
달아 놓았을 것이란 추측을 해보았지만 보기에는
정말 끔찍한 모습이었다.
길을 따라 걷는데 마주치는 사람들이 없었다.
여러 집이 있는 마을 길을 몇번 지났는데도 도통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농촌사회가 고령화되고
농촌을 떠나는 이농현상이 심화된 탓인 것 같았다.
사람들이 떠나간 황량한 폐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세시간 걷고 있고
논산역까지 9시간을 걸을 것이란 말에 아내는
걱정을 한다. 너무 걱정을 하길래 연무대역까지
만 걷는 것으로 걷기 계획을 수정하였다.
4시간 정도 걸으니 피곤함이 몰려 온다. 걷기 전
챙겨온 생수 두병, 귤 세개, 육포 한봉지가 커다란
힘이 되었다. 인가가 드문 곳이다 보니 도시에서
의 흔하디 흔한 편의점 하나 찾을 수가 없다.
허름한 버스 정류장 먼지 쌓인 벤치를 털어내고
누웠다. 정류장 바로 옆 목장에서 들리는 음메에
소울음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 왔다. 30여분
곤한 잠을 자고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나와 소통하며 걷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노래도 흥얼대면서 혼자만의 고독과 사색을
즐겼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자, 조급해 하지 말고 오늘의
발걸음처럼 한발 한발 걸어가자, 모임 안에 모든
답이 있다, 겸손하자, 정직하자, 도박은 神이다,
위대한 힘을 의심하지 말자 생각하면서 고갯길을
넘었다. 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충남 논산 연무읍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길을 내려
다 보았다.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윤태규
의 마이웨이란 노래가 생각이 났다.
연무읍에 들어서니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소룡약수터...한바가지 들이
키니 단맛이다. 터벅터벅 걷고 또 걸어서 연무대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25km, 7시간 30분 소요, 4만보...
뜻깊은 야유회였다. 아들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여러 선생님 여사님들 만나 회복에너지 충전하고,
자연을 벗삼아 자신과 소통하고 즐긴 행복한 시간
들이었다. 더욱 더 정진하는 삶을 살자 다짐하는
의미 충만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첫댓글 와 대단하십니다.
아드님과 즐겁고 기쁜 만남 축하드립니다.
긴 걷기 명상도 부럽네요.
늘 안전 건강 조심하시고 자매님과 행복하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