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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활 2주일 | 애찬 | 5) 부활 6주일 | 꽃봉헌 | ||
2) 부활 3주일 | 분리수거와 쓰레기 정리 | 6) 승천후주일 | 차량 봉사 | ||
3) 부활 4주일 | 잡초제거 | 7) 성령강림주일 | 설거지 | ||
4) 부활 5주일 | 성물 준비 | 8) 성삼위일체주일 | 건물 수리 |
어릴 적 이상하게 시험 기간이 되면 방 청소가 하고 싶었다. 특히나 수학 과목을 시험보려고 하면 청소를 하고 시작해야 했다. 뭔가 내 머릿속의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공식들과 암기내용들을 정리하는 일을 밖에서 해버리는 일과 같았다. 정리되지 않은 그 무엇에는 새 주인이 차지하기 어려운 법이다.
청소는 영성적으로 기도와 아주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점점 작아지고 그분이 내 안에 머물게 되어 그곳은 분명 진리로 불타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청소는 제자리 찾기와 버리기의 마음 속 영성의 여정이 선명하게 현실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기도라면 본래 버리면서 무아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잘 버리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나 교회에서 나온 쓰레기를 분리하고 정리해 내놓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공동의 영역에서 쓰레기 정리를 맡았다면 가장 기도의 여정 가운데 정점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그것은 가장 귀한 일이며 복된 자리이다. 한 주라도 이러한 봉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교회는 교회 다운 모습을 갖추기 쉽지 않다.
교회는 본래가 잘 정리되고 말끔한 모습을 근본으로 여기며 많은 이들이 정갈한 모습 속에서 신심을 되찾아간다. 발길을 옮겨 어렵게 찾아온 이들과 그들에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빈틈’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정갈한 모습 속에 교회를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그 정갈하고 교회의 몸을 몸답게 만드는 일은 우리들 모두를 돕는 일이다.
우리교회는 지난 2014년 녹색교회로 선정되었는데 선정 이유인즉 다양한 주제 가운데 단연코 ‘거름더미’가 가장 큰 모범거리로 꼽혔다. 쓰레기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잘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묵상을 해나가는 일이 몸에 배어있다. 철마다 작은 바자회를 통해 옷을 돌려 입어 최대한 새옷을 사지 않는다. 명품백이나 명품옷보다 바자회에서 건진 옷들과 녹색가게 옷들이 교회 식구들의 패션 아이템이 된다. 버려지는 일에 대한
더구나 녹색교회 뺏지는 우리들의 행동 양식을 더욱 반성하게 했다. 우리는 함부로 쓰레기를 다루지 않는다. 쓰레기는 오히려 우리에게 최고의 묵상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그 정리를 손수 맡아 하는 사람의 손은 숭고하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모든 사람을 죄에서 풀어주시고 당신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은총을 거저 베풀어주셨습니다.(로마 3:24)” 쓰레기 정리와 분리수거는 성서에서 말씀하고 있는 거저 베푼 은총을 직접 실천하는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공동의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 그 정리를 남에게 기도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 그것은 최고의 ‘신도들의 공동생활’의 자세인 것이다.
지난 주일 아이들이 숲놀이 시간에 순례 시간을 가졌다. 길 따라 걷다가 길가에 떨어진 것들을 주었다. 그리고 교회 마당 한가운데 십자가를 이루어놓았다. 노란 개나리 화관을 쓰고 아이들이 이룬 십자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진정한 버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버려진 나뭇가지와 떨어진 꽃들, 길에 핀 이름 모를 들풀과 돌멩이로 만들어진 십자가. 이렇게 재창조되는 자연의 모습 속에 진정으로 버림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 된다고 믿는다.
우리들의 손길은 버릴 수 있는 선택과 살릴 수 있는 손들, 빈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 그래서 그 손길을 나와 남을 위해 사용하는 일이 분리수거와 쓰레기 정리 봉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