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닷가 할머니 집에는 아주 커다란 사진첩이 있어요. 그중 첫 번째 사진이 우리 엄마아빠의 결혼사진이에요. 바닷가 할머니는 엄마아빠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평생 처음으로 도시에 나왔어요. 그리고 다시 바닷가 집으로 돌아가 엄마아빠의 결혼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날마다 그걸 들여다봤어요. 거기에는 7명의 자식이 모두 있었거든요. 할머니는 도시로 떠난 자식들을 그 사진 속에서 만난 거예요.
얼마 후 내가 태어났어요. 할머니는 내 사진을 보며 “우짜면 이르케 잘 생겼으까이?” 하며 감격하셨어요. 제 사진 속에는 아빠의 얼굴도 할아버지의 얼굴도 있었대요. 그 후 삼촌과 고모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손주를 낳아 할머니에게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는 도시에서 보내오는 손주들의 사진을 결혼사진 옆에 정성껏 하나씩 붙였어요. 그러고는 매일매일 사진 속 우리와 눈을 맞추고, 우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어느 날은 한없이 사진을 보고 있느라 물때를 놓쳐 바지락을 캐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요. 어느덧 할머니 방은 우리 가족 31명의 행복한 추억이 가득 찬 따뜻한 사진첩이 되어 있었어요. 우리 가족에게 이 사진첩은 그냥 사진이 아니었어요. 그리운 자식들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에요.
《할머니 사진첩》은 시골집 벽에 가득 걸린 사진 이야기입니다. 이 사진첩에는 도시로 떠난 자식들이 그곳에 있고, 그 자식들이 낳은 손주들의 커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할머니는 이 사진첩을 통해 자주 볼 수 없는 그리운 자식들을 만나고, 손주가 커가는 모습에 마냥 기특해 합니다. 방을 가득 채운 할머니 사진첩에는 자식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