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공사의 세 번째 키커인 마해근 역장(산성역)은 천천히 공을 들고 골대 앞으로 다가갔다. 공을 놓고 잔디를 고르는 순간에도 시선은 상대편 골키퍼에게 고정되어 있다.
불과 20여분 전 연장전 시작과 함께 맞이한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놓쳤던 아쉬움을 누르고 숨을 고른다. 공은 골키퍼보다 빨랐고 네트는 출렁거리며 오늘 대회의 우승자를 축하해줬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5월 2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제4회 서울특별시의회 의장배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백만 원이고, 공사의 신현열 대리(답십리기술관리소)는 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이번 대회는 서울시의회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한 서울시의 5개 투자기관, 산업통상진흥원, 신용보증재단 등 총 8개 기관이 참여하였고, 경기도의회와 LA교민회도 옵서버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하였다. 리그방식의 예선전을 공사는 B조 1위로 통과했고 토너먼트로 치러진 결선에서 준결승과 결승을 승부차기로 이겨 3회 연속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공사는 이날 우승함으로써 대회 연속 3회 우승을 달성하여 브라질이 줄리메컵을 가져간 것처럼 의장기를 영구 보관하게 되었다.
시작은 어려웠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첫 상대인 산업통상진흥원과의 경기를 시종 우세하게 끌고 가면서도 득점 없이 0대0으로 비겼다. 첫 상대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대회당일 아침까지 내린 비로 잔디가 젖어있어서 패스워크나 볼 컨트롤이 평상시처럼 잘 되지 않고 정규 규격의 넓은 구장은 무더운 날씨와 함께 많은 체력소모를 불러온다는 판단 하에‘무조건 첫 승’이 서울도시철도공사 선수단의 목표였었다. 게다가 지난 대회 준우승 팀이자 강력한 라이벌인 서울메트로가 첫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선수들의 사기저하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3대0의 승리를 거두어 여유를 찾게 되었고 팀워크도 다질 수 있었다. 예선 전적 2승 1무로 B조 1위로 결선에 오른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빡빡하게 편성된 진행 스케줄에 따라 A조 2위인 서울메트로와 준결승전을, 시설관리공단과 결승전을 쉴 틈 없이 치러야 했다.
젊은 선수들로 이루어진 결승 상대인 시설관리공단은 강하고 빨랐다. 전반과 후반 내내 상대편이 주도하는 가운데 몇 번의 실점 위기를 잘 넘기면서 연장전을 맞이했다.
연장전은 상대적으로 체력을 비축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우세가 확실히 드러났지만 결국 득점 없이 끝났고, 곧이어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3대0이라는 극적이고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3연속 우승의 위업은 경기장에서 쓰러질 때까지 뛰고 달린 선수들이 이룬 성과이지만 뒤에서 묵묵히 선수들을 뒷받침해주고 응원해준 직원들의 역할도 컸다. 휴일 대회임에도 응원석을 꽉 채워준 서울도시철도공사 간부들의 열렬한 응원 역시 우승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연강석 [서울도시철도공사 사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