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인천시 문화행정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고백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던진다. 그가 바랐던 것은 경제적 부나 군사적 강대함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밝히는 ‘높은 문화의 힘’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돌아보면, 인천시의 문화행정은 그 정신을 외면한 채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정치적 도구와 관광산업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인천문화재단 김영덕 대표이사의 중도 사임 소식과 함께 ‘인천시 행정 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보도되었다. 겉으로는 별개의 사안 같지만, 이는 인천시 문화행정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뒤흔드는 심각한 신호이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하는 일은 단순한 인사 변동이 아니라 문화정책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사건이다. 특히 유정복 시장 재임 기간 동안 대표이사들이 연이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사실은, 인천문화재단이 정치적 환경에 좌우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같은 날 공개된 ‘인천시 행정 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안’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시장 직속 참모 조직의 확대·개편안에는 문화 수석 직제의 재편이 포함되어 있으며, 심지어 시장의 문화정책 참모가 재단의 대표이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문화재단을 시장의 정치적 전략에 종속시키고, 재단이 지녀야 할 창의성과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위험을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새로 영입하려는 인물들의 면면이다. 전략기획수석에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 비서관, 정무수석에는 이충현 전 국무총리실 비서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정호성은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깊이 연루되어 징역 1년 6개월을 복역한 인물이다. 이충현은 12.3 내란을 자행한 윤석열 정권 시절 국무총리실 비서관으로 활동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정권의 일원이었다. 유정복 시장이 이제는 ‘국정농단’과 ‘내란 정권’ 인사까지 기용하려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오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운 행위일 뿐이다. 이런 인사가 반복된다면 인천시 행정은 심각한 비효율과 불신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정복 시장은 겉으로는 ‘문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철저히 관광산업의 수단으로만 취급해 왔다. 축제와 공연, 시설 건립조차 관광객 유치와 단기적 경제효과에 종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문화의 본질적 가치와 시민의 문화권은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결과 예술인의 창작 환경은 황폐화되고, 시민이 누려야 할 문화적 권리마저 축소되고 있다. 문화는 관광산업의 장식품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정신이자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기반이다.
우리의 요구
- 인천시는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선을 비롯해 문화 관련 인사에서 정치적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
- 국정농단·내란 연루 인사 등 시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인사 영입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 인천문화재단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 문화정책은 시민과 예술인의 참여와 공론을 바탕으로 수립·집행하라!
인천시가 문화를 정치적 놀음과 관광산업의 포장지로 전락시키는 것은 인천 시민과 예술인을 배신하는 행위이며, 나아가 인천의 미래를 스스로 파괴하는 길이다. 이러한 행태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끝까지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2025년 9월 2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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