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네트워크 결성을 제안하며
어떤 교회가 이상적 교회인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공관복음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르는 교회 즉,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가 이상적인 교회라 하는데 대하여 큰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마22). 물론 하나님에 대한 사랑없이 이웃사랑이 가능하지 않고, 이웃사랑 없는 하나님 사랑이 진실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자는 사랑으로 통일되며 별개의 사명은 아닙니다. 다만,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하나님을 좁게 이해하여 이웃사랑을 소홀히하지 않도록 이웃사랑을 부연하여 주신 것이라 이해되며 따라서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을 진정한 교회가 지향해야 할 두가지 과업원리라 함에 무리가 없다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머리이신 교회가 그리스도의 명령을 준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강조할 것은 이러한 과업의 효과적 수행을 위하여 교회들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과업수행은 적그리스도 세력과의 전쟁에 다름 아니며, 전쟁은 승패와 무관한 훈련이 아니므로 반드시 이겨야 하며, 따라서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협력이 교회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이 가능하고 또 정당한 것은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며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오늘날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내 교회가 성장하고, 내 교회가 건강하면 그만이며, 전체적 구도 하에서 적그리스도의 훼방을 물리치고 그리스도의 통치를 협력하여 일구어 내는 데는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같은 그리스도를 섬기는 보편교회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회가 후패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내 알 바 아니라는 태도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뒤안길에서 많은 교회들이 개교회의 유지와 성장에 몰두하면서 단순한 종교집단 내지는 교회답지 않은 교회로 전락하여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기는커녕, 사회로부터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개교회주의가 대형교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교회를 꿈꾸며 일구어간다는 개혁적 교회들도 대부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부 병든 대형교회가 그리스도가 주신 사명의 본질을 망각한 채 개교회의 확장만을 추구하는 가운데, 건강한 교회들도 후패한 대형교회를 지탄하면서도 대부분 거대한 세력 앞에서 어떻게 해보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오늘날 이 땅에서는 형제교회들이 서로를 무시하고 포기하는 죄악을 그리스도 앞에서 저지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고쳐져야 하며 각 교회는 교회들이 그리스도가 부여하신 과업을 보다 충실히 감당하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협력을 해야만 합니다. 영향력있는 대형교회가 앞장서지 않는다면 교회개혁을 꿈꾸는 교회들부터라도 앞장서야 합니다.
불행히도 교회건강을 염원하는 교회들은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며 따라서 단독으로 개교회의 경계를 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는 역부족이라도 연합하여 역량을 모으면 한국교회의 건강회복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각 교회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건강하고 호혜적인 연합을 이룬다면 개교회의 대형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쉬운 병폐를 피하면서도 대형교회가 갖는 이상의 영향력을 확보함으로써 병든 한국교회의 건강회복을 위한 제2의 종교개혁운동을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형제교회들이 같이 하는 한, 우리는 작지만 큽니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확신에서 건강한 개혁교회들의 연합(네트워크)을 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개혁교회간 협력을 위한 기구로서의 개혁교회네트워크가 기본적으로 평신도가 주축이 되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목회자의 참여도 절대로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지원자, 조력자, 협력자의 역할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만일 목회자 집단이 네트워크의 구축과 운용과정에 전면에 나서게 되면 필연적으로 평신도는 주변화되고, 결과적으로 기독시민적 교양과 자발성에 기초한 평신도의 건강한 참여를 위축시키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목회자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네트워크 나아가서 교회협력활동에 대한 평신도의 활발한 참여진작을 위하여 평신도의 주체적 역할을 강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컨대, 개혁교회네트워크는 평신도가 앞장서고 목회자가 지원하는 형태의 협력체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이는 준비모임 참석자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출발하려는 건강한 개혁교회의 네트워크는 향후 교회간 공동체적 나눔의 활성화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교회개혁운동의 전위대 역할을 담당하는 기독시민단체의 활성화 및 건강한 교회의 태동과 확산을 위한 지원과 협력을 통하여 한국교회의 건강회복을 앞당기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우리의 활동은 이미 전력을 다하여 한국교회의 건강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기독시민단체의 활동과 의미있는 승합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에 여러 개혁교회가 힘을 합쳐 개최하는 연합체육행사는 이같은 비젼의 실현을 위한 첫 걸음으로서 그 의의가 크다 하겠습니다. 부디 뜻있는 개혁교회들의 동참이 이어져서 이 땅에서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그날이 속히 앞당겨지길 희망해 봅니다.
“너희가 일심으로 서서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과(빌1:27)”
2005. 10.30. 언덕교회 이승종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