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7 주일(군인주일)
마태 21, 33 ~ 43
예수님의 비유 말씀을 들어보면 파렴치하고 악한 소작인들이 등장한다. 한 주인이 포도밭을 일구어 소작인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추수 때가 되어 소출을 받으러 자신의 종들을 보낸다. 그렇지만 그 소작인들은 종들을 때리고, 죽이기까지 했고, 그보다 더 한 것은 그 주인의 아들까지 죽여버리고 상속재산을 차지하려고까지 한다.
그러한 소작인들의 모습은 파렴치하고, 악질적이고, 참으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누구나 느낄 것이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진짜 어이가 없는 상황이네’라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 소작인들의 자신의 위치와 지위를 넘어서서 도를 지나치게 넘어섰고, 또한 욕심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생명까지도 경시한 죄를 짓게 된다.
우리도 살면서 이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파렴치하고, 교만스럽고, 자신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 꼭 오늘 비유의 소작인들의 경우와 같지는 않더라도 좀 얄미운 사람, 피하고 싶고 가까이 하기 불편한 사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겪게 되는 상황들이 그렇다. 여러가지 이유나 상황, 사람마다의 성격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쩌면 오늘 복음의 소작인들이 보여주었던 어두운 모습은 교만이 아닐까 생각된다. 욕심과 탐욕, 잘못된 판단 등 여러가지를 묵상해 볼 수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그들의 교만함이 생각과 판단을 흐리게 했을 것이다.
교만한 사람을 보면 누구나 불편함을 느끼고, 그 사람을 좋아할 만한 사람은 없다. 그 사람 주변에는 친구나 동료가 적기 마련이다. 또한 주변의 사람들도 좀 불편하지만 일적으로나 공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니면 그러한 교만함이 자주 보여지지는 않지만, 한번씩 그러한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교만함이 잘 드러나는 모습들을 살펴보면 몇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거나 더 많은 것을 가진 경우이다. 자신이 이룩한 업적이나 경험, 물질적인 풍요를 남들과 비교하여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남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했기 때문에, 혹은 남들보다 더 성공해서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것들을 통해서 남을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것이다.
둘째, 보통 사람들보다 좀 부족하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 드러나기도 한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들을 못하는사람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서 자신은 그보다 더 훌륭한 사람임을 과시하기도 하고, 약한 사람과 비교해서 만족감을 얻는 모습이다.
셋째,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의 지식과 경험, 생각과 판단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때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만을 토대로 기준점을 삼고, 참되고 올바른 것을 판단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람이다.
마음과 생각으로 짓게 되는 교만함은 어쩌면 그 사람만의 문제일 수가 있다. 또한 교만함에서 드러나는 여러가지 모습들 중 잘 가꾸면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즉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것은 좋은 장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만족이 높은 사람이기도 하고, 그것은 좋은 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겸손함이 없다면 교만함으로 빠지게 될 경우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그러한 잘못을 느끼고 찾아내는 것은 쉽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 가운데에서 부족함을 깨닫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자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항상 기도하고 성찰하는 시간도 중요하겠지만, 나에게 따끔하고 진솔한 충고를 해줄 벗이 있다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나에게 빠져서는 안 될 덕목이 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 어떠한 악의나 욕심이 없는 마음이 있고, 그것을 잘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여러 상황 속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유혹을 이겨낼 때가 많을 것이다. 오늘 복음의 비유 말씀에서와 같이, 우리가 교만함을 잘 분별하고 주님 안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