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8 주일
마태 22, 1 ~ 14
복음의 말씀을 보면 “예복”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수님께서 여러 가지 비유로 말씀하시면서 “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 혼인 잔치에 참석한 많은 이들 가운데에서 혼인 예복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쫓겨나게 된다고 하셨다. 과연 그 예복이라는 비유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옷을 입고 생활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옷은 바뀌게 된다.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 일을 할 때 입는 작업복, 외출할 때 입는 옷.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고 편안하고 예의에 맞는 옷을 입는다. 평상시에는 내가 편하고 선호하는 옷을 적절히 입으면 되지만, 그 상황이 특별한 경우에는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평상복, 활동복, 작업복, 운동복과 같이 옷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 그때에 가장 편안하고 활동하기 좋은 옷이 있게 마련이다. 또한 결혼식, 장례식, 축하식, 회의, 운동 등. 상황에 적절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옷을 고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늘 혼인 잔치로 비유되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입어야 할 예복은 무엇일까?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이 준비하고, 갖추어야 할 예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앙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 시작에 있어서 믿음이 없다면,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구원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믿음을 가진다면 어떠한 신앙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믿음의 생활은 세례성사를 받았다고 해서 완성하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가족에게 있어서든, 친구나 동료에게도, 이웃들에게 큰 칭찬을 듣지는 못하더라도,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우 리는 수없이 많은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누구의 부모가 되기도 하는 동시에 자녀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누군가의 친구, 동료, 선배, 이웃이 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갖추어야 할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 역할이 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라는 것은 내가 그분을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를 구원하실 유일한 분이심을 믿는다는 표현이다. 또한 그분이 나에게 큰 은총과 축복을 주시는 분이심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을 실천하고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실행이 있어야 참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신앙적인 활동에 관심이 없다면, 그 믿음은 나에게 아무런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가 없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주일미사는 매주 빠지지 않고 봉헌하는 신자와 반대로 자주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신자가 있다. 겉으로만 본다면 주일미사를 매주 꼬박꼬박 봉헌하는 신자가 더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신앙심에 대해서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주일미사 참여가 신앙심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주일미사는 꼬박꼬박 봉헌하고 어느 정도의 헌금을 하고 있으니 충분하다’라고만 생각하고, 기도와 묵상이 일상화 되어 있지 못하고, 성경의 말씀도 깨닫지 못하는 신앙인이라면 어떠하겠는가? 그 사람은 신앙생활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통해 주어지는 은총과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주일미사, 금육과 단식, 헌금과 교무금, 의무 대축일과 같은 교회가 정하고 알려주는 것을 잘 지키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성경말씀을 봉독하고 묵상하는 것, 피정이나 교육에 참여하는 것, 봉사하는 것과 같이 나의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고 깊이를 더 해야 할 것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내가 가진 믿음을 위해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은 막바지가 되어서야 급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주님 안에서 평화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즉 복음 말씀의 예복은 오늘 하루를 보내며 또한 매일미일 준비하는 나의 믿음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