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2 주일(평신도 주일)
마태 25, 1 ~ 13
오늘은 평신도 주일이다. 평신도 주일의 의미는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사도직’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행동으로 증언하는 사도의 직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내용인,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19 ~ 20)의 말씀을 따르고 실천하는 것이다.
많은 평신도인 신자들은 이러한 임무와 사명은 성직자에게 모두 일임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2천년 전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시작으로 교회 공동체의 모임과 활동, 친교와 사랑의 실천은 모두 복음을 선포하고 전하는 일이 최우선임을 알려주셨다.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평신도 교령’을 통해서 주님의 말씀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공의회는 교황 요한 23세께서 1962년에 제1회기를 개막하시고, 바오로 6세께서 1965년에 폐막하실 때까지 모두 네 번의 회기에 걸쳐, 교회의 쇄신과 사회 문제에 관하여 가르침을 담은 것이다. 이를 한국 교회는 1969년에 번역하여 발행하였다.
이 문헌에는 4개의 헌장, 9개의 교령, 3개의 선언을 담고 있다. 그 중 교령에서는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이라고 제목을 달고 세례를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떠한 목적으로 가지고 활동을 하며, 신앙생활을 이루어 나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공의회 문헌이나 문서라고 하면, 명령적인 내용이나 법적인 용어를 떠올리고, 일반적인 활동을 하는 나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물론 그러한 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왠지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들, 구시대적이고 현재와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취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의 총 6장에 걸쳐 32항으로 정리된 내용의 제목만 보더라도, 세상의 사람들이 활동하고 살아가고 있는 삶의 전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교회의 공동체들, 가정, 청소년, 사회 환경, 국가적 국제적 영역’, 또한 ‘개인 사도직의 중요성과 다양성, 특수 상황의 개인 사도직, 단체 사도직의 중요성’ 등등. 이처럼 현실적인 단체와 모임, 생활과 활동들을 토대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교회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무엇이고, 우리들 각자는 어떻게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믿음의 생활과 구체적인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세상에 주님의 말씀대로 복음을 전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특별한 시기와 장소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정, 아이들의 학교, 내가 살아가는 동네, 우리가 일을 하는 직장의 환경과 같이, 나의 역할과 장소에 따라서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믿음은 개인적인 활동과 노력 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필요에 따라서 교회 공동체와 같이 모임과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인 신앙생활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염두해두고 그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것이다.
주님의 뜻을 깨닫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도직을 이루는 주님의 사도로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 안에서 또한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협조자이신 성령께 청하며 그분의 지혜 안에서 이루어 가도록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는 것을 묵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