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대지를 녹이려는 듯 봄비가 내립니다.
산야에는 벌써 파릇파릇 새싹이 움트고 이름모를 벌레들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일찍이 조물주께서 그들에게 생존본능을 주시어 살아가게 하였으리라...
겨울이 끝나기 전에 이른 봄의 지칭개라는 풀을 아시나요?
지칭개는 어려웠던 옛 어른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풀이랍니다.
옛날 먹고사는것이 어려웠던 시절, 이른봄에 제일먼저 올라오는 풀이 바로 지칭개랍니다.
지칭개를 뿌리째 캐다가 돌로 찧어서 하루 정도 물에 우려 낸 다음 얼마 남지 않은 곡식과 섞어서 죽을 쑤면 이게 바로 지칭개죽 이랍니다. 덜 우려내면 독성 때문인지 머리가 지독하게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먼저 하늘로 떠나신 어머님은 그 많은 식구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하루라도 편한날이 없었습니다.
우리 귓골마을의 나물장사의 원조가 바로 우리 어머님이시거든요...
십리길의 수안보 장을 하루에도 두어번씩 나물 다라를 이고서 뛰어 다니셨습니다.
없는 살림에 보탬을 주려고 한푼 두푼 모으는 재미에 힘든줄 모르고 나물 장사를 하셨던 우리 어머님...
오늘처럼 봄비 내리는 날이면 어머님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만일 단 한번이라도 돌아가신 어머님을 만날 수 있다면 이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들다고 이르고 싶다던 어느 작가의 말처럼,
봄비 내리는 날이면 어머님 생각에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삼월 열사흘날에...인동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