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미루고 덮어둘 것이 아니라, 과감히 직면하고 응시할 때 삶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죽음이 남긴 추억이다. 죽음은 푸른 뒷산이거나 앞 강물은 아니지만 뒷산을 만들거나 강물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기억을 선물한다. 그 기억은 존재를 반짝이게 한다. 추억은 단련에서 나온 평상심의 힘에 닿아 있다.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성공이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었던 것들, 돈을 번 이야기가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가가 인류의 기억이 된다. 그 기억이 곧 사랑이고 영원이고 아름다움이다. 괴테를 기억하고 베토벤을 기억하고 마더 테레사와 프리다 칼로를 기억하듯이 말이다. 백년어서원 앞에 비둘기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무얼 잘못 먹었는지 부리에서 뭔가를 게워낸 채 청동조각 같이 뻣뻣했다. 주변 작은 화단에 그 몸뚱이를 묻었다. 그 후 백년어를 들락거릴 때마다 순하게 감겼던 눈을 기억한다. 그도 저승에서 활짝 날고 있기를. 내가 그 기억을 놓아버리지 않기를. 나의 기억은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기억은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중요한 존재의 방식이다. 죽음은 결코 배경이 아니지만 삶의 아름다운 배경들을 창조해낸다. 이 말은 살아가면서 내가 우주를 창조하는 중이라는 말이 아닐까. 죽음을 기억하고 선구하는 일은 그래서 창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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