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7집 반려바다-백년어서원
2020년 11월 17일 발행/130×195/296페이지/값14,000원/ISBN 978-89-7973-535-2(03800)
[책소개]
인문학 북카페 백년어서원은 ‘글쓰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하여 생각과 질문의 힘을 키우고 그 힘으로 우리 삶과 공동체를 고민하며 올바른 가치를 선택하는 용기야말로 가장 절실하고 적확한 인문학운동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해마다 3월부터 9월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글을 받아 ‘개똥철학’이라는 책을 출간해 왔다. 이러한 ‘시민들의 글쓰기’라는 취지의 결실로 2014년부터 폭력, 공존, 장소, 돈, 자유, 공부, 길이라는 주제로 책을 엮었다. 올해 7번째 책으로 주제는 ‘바다’이다. 특히 부산은 바다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도시다. 바다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담은 작가, 시민, 학생들의 글 27편을 실었다. 필자들의 글을 통하여 일상에서 늘 가까이 하면서도 깊이 사유하지 못했던 바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백년어서원 소개]
백년어서원은 부산 원도심 동광동에 자리한 푸른 여울입니다. ‘백년어’는 앞으로 백 년을 헤엄쳐갈 백 마리의 나무 물고기를 의미합니다. 충청도 산골 옛집을 헐어 나온 서까래와 기둥에서 태어난 물고기들, 그 지느러미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있습니다.
‘百’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이며, 한 세기를 넘어가는 단위이며, 언제나 받고 싶은 점수이기도 합니다. ‘百’의 우리말은 ‘온’입니다. 이는 ‘전부’, ‘모두’를 함축하고 있으니, 곧 온전함을 지향하는 자연수입니다. 이 기도 같은 ‘百’은 당신 속에서 오래 자라고 있던 자연 또는 자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물고기가 표상하는 건 생명에 대한 연민과 깨어있는 영성으로 신석기 때부터 사용된 정신사의 아이콘입니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근원을 찾아가는 힘이기도 하며, 공존을 위한 감수성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십시일반 마음과 손길을 보태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며 이제 백년어는 글쓰기의 공동체를 꿈꿉니다. 소박한 깃발을 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무늬가 있는 문이고자 합니다. 긴 꿈을 꾸고자 합니다.
[목차]
다시 바다를 꿈꾸다
제1부
김응숙 뒷배
배옥주 남항 클레멘타인
정기남 차라투스트라의 바다
김상미 영원의 그 바다!
이원자 파도가 지나간 자리
김태수 바다로 가던 날
박근수 돌고래 셋
제2부
정익진 한 편의 시와 송도 바닷가와 파도가 지나간 자리
정효모 본초자오선과 적도의 만남
배민자 반려바다
황선화 등대가 있었다
윤나영 멀리서 보면 잔잔한
고명자 자갈치 가자
이수경 화가의 바다
제3부
노경자 그곳에 가면 이야기를 먹고 사는 바다가 있다
권경희 우리집에 고래가 산다
신정민 모든 길은 바다로 간다
김명숙 거기 있었네 바다
송우정 바다와 음악 그리고 물의 요정이야기
최의용 생명의 이름들로 길어 올리는 기억
제4부
김수우 심연에 있는 가시풀을 기억하라
장은연 사이렌
황송이 그 바다는 가타카의 우주를 뛰어넘는다
강명열 남항 바다에는 빨간 등대가 있지
정인순 그의 존재 증명
박미란 바다 사랑
박계현 맞닿다
[들어가는 말]
다시 바다를 꿈꾸다
오늘도 우리는 태평양을 마주합니다. 부산 앞바다가 태평양이란 사실을 문득 깨닫고 소스라쳤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수메르 문명에서 출발해 지중해와 에게해를 거쳐 대서양에서 펼쳐진 인류문명사는 이제 태평양 시대로 접어든다고 합니다.
광막한 수평선과 아득한 심연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진정한 바다가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언제나 대상에 그치지 않았는지 반성합니다. 수메르 문명도 물의 신화에서 시작했듯, 모든 문명사는 항상 바다를 향하여 펼쳐졌습니다. 인간이 극복해야 할 한계로만 여겨 바다는 개척과 도전의 상징이었지요. 하지만 바다는 삶과 꿈이 움트는 존재의 근원으로 우리는 바다에서 경외와 경이를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구라고 부르는 이 별도 기실 대륙보다 바다가 더 많은 넓이와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영도 산복도로에서 바다 위의 큰 기선들을 바라보며 성장했습니다. 어느 날 큰 배가 도착하고, 며칠 후엔 그 배가 떠나고 다른 배가 도착해 있곤 했지요.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때 제 문학의 혼도 같이 성장했고, 큰 여행을 꿈꾸는 법도 배웠습니다. 삼면이 바다이지만 해양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는 다시 바다를 배웁니다. 6,70년대 경제개발을 이끄는 중요한 고삐였던, 원양어선을 타면서 우리는 다시 바다를 만났는지 모릅니다. 찬찬히 바다의 심연을 응시할 수 있을까요.
‘물고기가 사는 곳에 사람이 삽니다.’ 백년어서원이 출발하면서 내건 모토입니다. 바다는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어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바다를 생명의 근원으로 만나야 합니다. 대상이 아니라 존재로서 만날 수 있을 때 인간도 삶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 갇힌 개똥벌레들은 바다 앞에서 열리는 무한한 상상력을 읽는 시선을 함께 나눕니다. 바다의 상상력과 감수성은 언제나 우리에게 어머니였습니다. 우리를 낳고 기르는 우주였습니다. 태평양은 아침마다 우리와 마주합니다. 날마다 우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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