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超越)
바람이 있기에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있거늘
떨어진 꽃잎을 주워 들고 울지마라
저쪽 저 푸른 숲에
고요히 앉은 한 마리 새야 부디 울지마라
인생(人生)이란
희극(喜劇)도 비극(悲劇)도 아닌 것을 산다는 건
그 어떤 이유(理由)도 없음이야
세상(世上)이 내게 들여준 이야기는
부(富)와 명예(名譽) 이리 몰라도
세월이 내게 물려준 유산(遺産)은
정직(正直)과 감사(感謝)였다네.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고,
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지.
세상(世上)엔 그 어떤것도 무한(無限)하지 않아
아득한 구름속으로 아득히 흘러간 내 젊은 한때도
그저
통속(通俗)하는 세월(歲月)의 한 장면(場面) 뿐이지
그대
초월(超越)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노년(老年)이라는 나이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이
제법 친숙(親熟)하게 느껴지는 나이
삶의 깊이와 희노애락(喜怒哀樂)에
조금은 의연(毅然)해 질수 있는 나이
잡아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깨닫는 나이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삶을 볼 줄 아는 나이
자신(自身)의 미래(未來)에 대한 소망(所望)보다는
자식(子息)의 미래(未來)와 소망(所望)을 더 걱정하는 나이
여자(女子)는 남자(男子)가 되고
남자(男子)는 여자(女子)가 되어가는 나이
밖에 있던 남자(男子)는 안으로 들어오고
안에 있던 여자(女子)는 밖으로 나가려는 나이
여자(女子)는 팔뚝이 굴거지고
남자(男子)는 다리에 힘이 빠지는 나이
나이를 보태기보다
나이를 빼기 좋아하는 나이
이제껏 마누라를 이기고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마누라에게 지고 살아야 하는 나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서도
가슴에 한기(寒氣)를 느끼는 나이
먼 들녘에서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에도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는 나이
오늘만이라도 기지개를 펴고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 되시길 빕니다
이제 우리가 여기까지 왔네요?
정말 내 심정을 적어놓은 듯 하여 감동 받고 나 혼자 읽기는
아까워 같이 읽고 싶어 올려 봅니다
동문(東門)길 경원동(慶園洞)에서 보헌(甫軒)이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