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 내용은 루카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다음에 나옵니다.
제자들과 군중은 임금의 모습으로 예루살렘에 오시는 예수님을 맞아들이며 환호합니다.
그런데 환호하는 군중과 다르게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고하시며 우셨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군중과 예수님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예루살렘은 실제로 기원후 70년에 로마에 의하여 파괴됩니다.
예수님의 예고는 그대로 이루어졌고 복음서는 예루살렘의 파괴를 매우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전하시는 말씀은 예언자들의 선포를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예레미야 예언자는 유다의 멸망을 예언하며 하느님의 슬픔을 표현합니다(예레 9,1; 13,17; 14,17 참조).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이 표현은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암시합니다.
예루살렘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그 이름에는 ‘평화’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안에서 예루살렘은 그다지 평화롭지 못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인들에게 예루살렘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곳이며,
사도들이 부활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환호하던 예루살렘은 예수님의 예고대로 파괴되고,
아픔을 간직한 곳은 기쁨을 선포하는 곳으로 변합니다.
하느님의 뜻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져 있습니다.
우리 삶에 때로는 기쁨이 있고, 그 안에서 때로는 절망을 경험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하느님께서는 희망을 통하여 구원을 향한 여정을 이끌어 가십니다.
지금도 하느님의 구원 업적은 우리 안에서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