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발라암 예언자가 모압 임금 발락의 거듭된 청에 못 이겨
모압으로 길을 나서자 하느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그의 길을 막으십니다.
그래서 발라암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을 발락의 뜻대로 저주하기보다는 하느님의 뜻대로 축복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볼 수 있듯 발라암이 하느님께 받은 네 번째 신탁은 메시아 탄생의 환시입니다.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
발라암은 다른 예언자들 못지않게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의 삶은 주님을 향하지 않았습니다.
발라암의 권유 때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프오르에서 우상 숭배에 빠졌고,
발락과 헤어진 뒤 미디안족과 함께 머물면서 이스라엘이 다시 우상 숭배에 빠졌기 때문입니다(민수 31,16 참조).
신약 성경에서 발라암이 돈 때문에 이스라엘을 위험에 빠뜨린
부정적인 인물로 소개되는 데에는 바로 이런 까닭이 있습니다(2베드 2,15; 유다 11; 묵시 2,14 참조).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자 기꺼이 스스로를 내놓은 이들은
하느님을 대신하여 자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드러내었습니다.
발라암도 하느님의 힘이 그의 모든 능력을 지배하였던 것이지,
그가 뛰어나서 하느님의 힘을 드러낸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성전 정화 사건 직후 예수님의 권한에 시비를 거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권한이 하늘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것인지를 물으십니다.
자신의 안녕만을 위하여 돈과 권력을 따른다면 구원의 별도 볼 수 없고 정화의 세례도 받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자 자신을 기꺼이 버리는 가난한 마음만이 구원의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