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초 구간 발행: 2008) / 마사 스타우트
작성자: 비밀의늪
2023년에 만난 책 중에서 흥미 돋게 읽었던 책이라 몇 구절 소개합니다 ~
<발췌>
진실을 말하자면, 정상적인 사람의 양심이라도 언제나 같은 수준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다. (중간 생략) 지치고 아프고 다치면 양심을 비롯한 우리의 모든 감정적인 기능이 일시적으로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95p
사실 선량한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옳다고 완전히 확신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선량한 사람들은 반사적으론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자신의 결정과 행동이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지 엄밀하게 검토한다 -163p
그러나 소시오패시를 유년기 학대 탓이라고 하기에는 소시오패시의 핵심적인 특성인 양심의 결핍을 유년기 학대와 연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더구나 소시오패스에게서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처럼 유년기 학대가 낳는 다른 비극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201p
루마니아 고아들의 사례 이후로 심리학자들은 애착장애가 소시오패시의 환경적인 근본 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유사성은 분명하다. 애착장애로 고통받는 아이들은 어린 소시오패스에 비길 만큼 무시무시하다. 스칸디나비아 소아정신의학계에서는 어머니와 아이의 상호관계 결핍이 '조기감정좌절'을 유발한다고 여겼다. 조기감정조절은 통계적으로 조산, 출생 시 심각한 저체중, 임신 중의 약물 남용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에는 소시오패스가 된 이유를 쉽게 엄마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을 다시 유전자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다. 실제로 애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매력적이거나 대인관계에 능수능란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시오패스와는 굉장히 다르다. -216p
만약 '적자생존'이 오직 개체만을 선택 단위로 한다면 이타성의 진화를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소시소패스가 외딴 섬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우리보다 확실히 높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만약 선택 단위가 집단 전체가 된다면 이타성은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아주 간단히 말해, 서로 협동하고 돌봐주는 개체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오로지 서로 경쟁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개체들의 집단보다 집단의 차원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9장, 양심은 어디에서 왔는가 中
'양심'을 주제로 다루는 심리 서적인 만큼, 그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에 관한 부분도 자세하게 나와있고, 현재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부분도 같이 다루고 있으며, "예전에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어떻게 했는가? -> 절벽에서 밀어죽여버렸다"에 관한 대목도 있음ㅋㅋ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아직도 연구 중이라 섣불리 어떤 판단이나 정의를 내리기 위험하지만, 유전자 영향 반/자라온 환경 반이 합해져서 도출된 괴물이라고 함. 반사회적 유전자를 받고 태어났다고 모든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앓는 이가 범죄자가 되는 것도 아니며, 반사회적 유전인자가 전혀 없는데도 살아온 환경 하나만으로 싸이코패스(일반적인 범죄자를 일컫는 게 아님)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이 책에서 후반부에 다루는 부분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이 있는데,
"어느 시대 어느 장소건 소시오패스는 늘 있었겠지만 상대적으로 소시오패스가 많지 않은 문화가 문명 존재한다. (생략) 대만의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반사회적 성격 장애의 유병률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서구 세계의 평균인 4%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0.03%-0.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스러운 건 미국의 소시오패스 유병률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략)
이렇게 극적으로 빠른 변화는 유전학이나 신경생물학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결과로 보면 어떤 일정 집단에서 소시오패시가 발생 또는 발생하지 않는 데 문화적 영향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219p"
나는 여기서 연구했다는 '대만의 농촌' 배경을 우리나라 8090 시절로 치환해서 떠올렸어. 같은 아시안이고 특히나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문화가 많은 데다가 그 시절, <시골>이라면, 지금은 좀 '간섭의 피곤함'으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으레 시골에 관한 묘사는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라는 부분이 빼놓지 않고 들어가곤 하잖아. 지금은 거의 통용되지 않는, 죽은 단어나 마찬가지인 <이웃사촌>은 그 당시, 정말 흔하게 쓰이는 단어였고. 그 시절의 그런 문화들이 옳았다는 주장은 아니고, 다만, 고도의 개인주의로 발달한 서구에 비해 그렇지 않았던 동양에서는 반사회적인 인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발현되는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이야.
현재 사회가 여러모로 <적자생존>의 모토로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씁쓸한 부분이 많은데, 유퀴즈에 나왔던 뇌과학자 분의 말씀처럼 "나"라는 개념이 I보다 많이 확장되기를. 가족으로, 친구로, 이웃으로, 나아가 한 집단과 사회로 크게 확장되기를. 서로에게 조금씩만 더 친절해지기를.
첫댓글 오오대박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요새 읽을 책 찾던 중이었는데 이런글 올려주다니 최고야
이번달에 이거 읽으랴고 책 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