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원순은 ‘그냥 당연히 거기 있는 사람’이었다. 정춘숙은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에서 박원순은 정말로 첫손에 꼽아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에요. 모든 장면에 다 있었어요, 박원순은.”
그런데도, 실종 소식이 전해지던 7월9일, 성희롱 고소가 있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정춘숙은 직감한다. “아, 이게 무고일 리는 없겠다. 사실이겠구나, 정말로 그랬겠구나.” 믿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짓일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긴가민가하는 동료 의원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그거 알아? 이런 일에는 무고가 없어.” 왜 그렇게 말했을까. “저는 그 생각을 버린 지가 아주 오래됐어요. ‘그 사람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 20년 넘게 여성의전화에 있으면서 ‘절대 그럴 리 없는’ 사람이 그러는 걸 너무 많이 봤고, 그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 수 없어서 벌이는 이상한 일들도 너무 많이 봤고….” … 무고라는 생각은 안 했다.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 정춘숙이 생애를 바친 여성의전화에서 여러 번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놀라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뭐라고 말해도 부족한데…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 그런 기분이었죠.” 박원순의 삶과 너무 다른 결말이었으므로,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놀랐다. 그중 어떤 이들은 ‘그 사람이 그럴 리 없다’로 생각이 흘러갔다. 정춘숙의 생각은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로 흘러갔다.
…
하지만 그는 생각이 달랐다. 여기서 쉽게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처럼,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죽음을 어떻게 마무리를 하겠어요. 도저히 탈상이 안 되죠.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엄청 크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치열하게 생각해야 해요. 박원순이 그럴 리 없어라는 생각을 벗어나면 바로 물어보게 되죠. 박원순조차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박원순조차 그랬다면 어떻게 이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피해자의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우리가 손을 잡고 피해자를 향한 공격을 멈췄으면 좋겠어요. 정치 지도자들도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우선 여성의전화 동지들에게 연락을 해볼 생각이다. 사건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거의 연락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들이 가장 힘든 처지에 있으니 손을 내밀 때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사건에 대해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으로 짚었다고 생각해서 종종 읽는 칼럼.. 오늘 또 성폭력 고발당한 사람이 생을 져버리는 선택을 했다고 해서 퍼왔어 죽음은 절대 죄에 대한 도피가 될 수 없고, 그 사실은 남은 사람들이 더 깊게 새겨야 한다고 생각해
첫댓글 좋은 칼럼 가져와줘서 고마워
생각이 많아지네 천천히 읽어야겠다
나 이기사 진짜 인상깊게 읽음.. 성폭행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같이 여성운동을 수십년간 함께해온 동지인데 그 괴리를 해소하고 이겨내시는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묘사돼있어ㅠ
박원순이 그럴 리 없어라는 생각을 벗어나면 바로 물어보게 되죠. 박원순조차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박원순조차 그랬다면 어떻게 이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합니다.
ㅠㅠ
심지어 여성운동사에서 동지였던 사람이였으니 얼마나 충격이야...나도 그 당시에 이 기사 읽었었는데 내가 다 복잡한 심정이였어...
그동안 수많은 그럴리없는 사건을 겪었지만 동지였던 사람의 범죄와 죽음을 한꺼번에 알았을때의 배신감과 충격이 어땠을지....
진짜 생각 많아진다...좋은 글 가져와줘서 고마워 여시야!
좋은글 너무 고마워 댓글까지 다 읽아보게 하는 글이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은 글
진짜 바로 옆자리에 있었더라면 더 충격일 수 밖에
와 진짜 좋은 글이다... 여성 인권에 한 획을 그은 사람조차 이렇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기까지 정춘숙의원님이 겪어야 했을 생각과 감정이 너무 잘 와닿아
진짜 좋은글이다... 인생사가 너무 어려워
시대흐름 못따라가면 정말 도태되고, 그 최후가 자살로의 도피라는게, 그리고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속에 살아산간다는게 참,,, 뭔가싶다
진짜 생각을 트이게 하는 문장들이다
정말 생각이 많아짐..
진짜 내 최애 정치인........정춘숙 의원님 행보마다 항상 응원하는 중임 칼럼도 통찰 가득이다....
박원순 진짜 반동형성 같음. 내면의 충동을 드러내는 대신 현실에선 정 반대로 행동하는거. 대표적인 예시가 포르노 중독자가 포르노 반대운동 벌이는거임. 어휴 같이 일하던 여성동지들이 얼마나 허무했을까
아 여시 댓 보니까 이해가 확 간다.. ㅠㅠ
그러게.. 오만가지 감정이 다들었을듯 ㅠㅠ에휴
아 미국에서도 이런 정치인 있었던 것 같아 아동성애 반대? 엄청 법안발의한사람이 아동성애자였던거....
와... 반동형성 그런게 있구나
와 진짜 무고가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들었다는게 진짜 ........
그니까..
무지성 민주당 지지 때문에 박원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돼서 검색해서 보게 됐는데... 글 너무 좋다 공유해 줘서 고마워
잘 읽었어 진짜 읽어볼만하고 좋은 글이다
이거 원문봐줘 정말 술술 읽혀..
하...착잡해
박원순마저 저랬다는 게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와..좋은 칼럼 고마워 여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