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박보나 지음)
책방 이야기로 첫 문장을 연다.
아무튼 책방 간판 아래에는 책방 앞을 지나는 분들에게 띄우는 ‘아무튼 문장’이 한 달 동안 걸려있다.
2020년 1월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사람이든 의견이든 사물이든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는 책방지기의 한 해 바람을 적어보았다.
무리지어 지나가던 학생들이 문장을 보고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XXXX...” 함축적이고 단호한 단어들을 지면에 적을 수는 없지만, 어른들을 향한 일갈이었고 뒤에 남는 키득거리는 웃음이 왠지 씁쓸했다.
저 짧은 문장 뒤에 ( ) 이어질 내용은 어쩌면 누구나 갖고 있는 태도에 대한 서운함, 원망, 반성, 성찰이 아닐까?
사전에서 태도(態度)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지는 입장이나 자세라고 쓰여 있다.
나이 들수록 귀도 닫고 입도 다물지만, 그래도 내가 옳고, 합리적이고 좋은 사람일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음을 안다. 그 믿음은 그저 서럽게 울고 있는 표지 사진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에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났다.
글쓴이는 세상을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미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윤리적 상상력, 그것이 작품이 될 때 우리는 그 상상력을 하나의 태도라고 부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같이 살기 위해서 더 시끄럽게 서로의 차이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기 위해서 더 요란하게 서로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p 27)
<제유법>(바이런 킴) 작품은 가로 25.4센티미터, 세로 20.3센티미터 크기의 판 수백 개로 구성되었다. 언뜻 보면 비슷한 색으로 구성된 회화처럼 보이지만, 이 색들은 작가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모델로 삼아 작가가 재현해낸 그들의 피부색이다.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은 조금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잘못된 구실임을, 순간순간 나 역시 가해자임을 느끼게 한다.
“돈과 성공을 얻기 위해 모든 거짓과 폭력이 정당화되는 구조가 질서라고 주어진다면, 당연히 그 반대인 무질서를 향해 가야 하지 않을까. 소란스러울지언정 그것이 우리가 덜 외로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p 95)
장영혜중공업의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에서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가정, 경제, 정치의 영
역에서 나누어 제시한다. 전시의 제목이 ‘자습서’인 이유는 이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삶의 선택을 마주할 때, 자습서와 같은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질문을 던지는 17명의 예술가 태도가 작품과 함께 실려 있다.
표지 사진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바스 얀 아더르)은 타인의 슬픔에 닿는 일이 얼마나 힘든 태도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가짜 뉴스가 공포, 혐오를 부추기고 코로나바이러스 못지않게 사람을 무력하게 하는 심리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는 스산한 요즘이다.
위험의 세계화, 위험의 불평등, 재앙, 문명이 결코 진보적이지 않다는 키워드가 맴돌고, 나는 어떤 태도로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오늘이다.
※ 책소개 : 강영선
제주시 아라동에서 책점방 [아무튼, 책방]을 운영하고 있음
독립출판물+블라인드북+헌책+인문학
아무튼 책을 읽고, 팔고, 글을 쓰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