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자 시인
김혜천
"저잣거리 향나무는 되지말자" 이 말은 시인의 품격이 담긴 그의 전언이다
스스로 틈을 낸 절벽에 뿌리 내리고 벼랑 같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구도자 오직 작품만이 그가 견뎌내야 할 중력이다
가위질에 잘 적응하여 둥글게 부푼 도심 향나무 따위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살 에이는 외로움을 견디며 깊은 산속 가파른 절벽에서 자신이 뿌리내린 절벽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 무너뜨리고 또 다시 새로움을 향하여 도주하는 유목적 삶만이 사유의 추동이다
시력 33년, 수채화처럼 수려한 산문집과 스스로 결정판이라 여기는 시인의 9번 째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은 숱한 시간 제 몸에 쌓은 서고와 주름을 헐어 피워낸 아픈 발화 "규범 언어를 위반하는 텍스트로 최고의 기쁨과 희열을 생산"(롤랑 바르트) 한 역작으로 이 시집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 생존을 위해 달리는 유목민의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문예지에서 발견되는 좋은 시들을 블러그에 올리고 밀려오는 시집들을 읽고 일일히 손편지를 써 격려하면서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회향한다 그는 또한 헌 종이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을 하는, 남은 음식을 싸 넣은 케리어를 끌고 유유히 집으로 향하는 환경엔지오
순백의 머리에 깊은 웃음을 지닌 그는 "나의 그림자를 밟고 오는 이 있으리라" 고 말한다 스스로 규범이 되고 석공이 정으로 각을 파듯 제 몸을 후벼 언어를 벼린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리라
쉽게 휘발되지 않는 높고 쓸쓸하고 고졸한 향기를 지닌 절벽 위의 향나무 정숙자 시인 그의 앞선 문학의 여정에 발자국을 포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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