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꽃으로만 보던 절기가 지났다
계절이 꽃보다 더 선명하게 붉었다
그때 당신은 열리는 시기를 놓치고, 나는 떨어지는 얼굴을 놓쳤다
되돌려볼 수 있는 사랑은 흔한 인형 같아서
멀어진 뒤에는 새로운 채널에 가입해야만 했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당신은 귀하지 않았다
공유했던 풍경은 채널 뒤로 사라져 가고
어느 날에는 두근거림이 달아나 버렸다
나는 캄캄한 시간을 스크린에 띄우고
당신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지우기로 했다
사랑을 자막처럼 읽는 시절이 왔다
눈에 잡히지 않은 오래된 사람처럼 자꾸 시간을 겉돌았다
의자에 차분히 나를 앉혀두고
당신은 생각에서 벗어난 생각을 보고 있었다
느슨해진 목소리가 사랑을 끝내고 있었다
툭 툭 우리는 같은 의자에서 서로 다른 장면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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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