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동그랗게 날아야
나를 빠져나갈 수 있다
비자나무 숲 새들도 내 그림자를 돌아가느라
울음이 한 박자 늦다
볕 좋은 곳으로 산양들이 떼로 몰려왔을 때
가는 눈 뜨고 주린 배 움켜쥐면
날아간다, 날기 위해 날아갈 뿐
나는 것들은 꿈이 가볍다
앉고 걷고 품어내는 것의 바람은
이마를 간질이기도 할 텐데,
어제가 닳은 무릎을 편다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린다
거짓은 비로소 활짝 날개를 편다
내 머리 위로 겹치는 상상
세로줄 무늬
바퀴만 있어
구름이 정좌로 돌려세운 기차는 직선으로 굽이친다
어떤 날은 슬픔을 주렁주렁 매달아놓고는
끌어안는 자세로 잠을 잔다
지상으로 툭, 떨어지는 한 마리의 공벌레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은
순한 표정으로 오늘의 해를 띄운다
나는 것들의 소원은 오직 잠든 나와 맞닿는 것
먼저 뒤꿈치를 든다
바람이 뒤돌아나가고 있다
첫댓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스레 풀어내신 성신샘의 날숨~ 감사히 잠겼다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