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우체국
그때는 우편환이라는 게 있었다
서투른 글씨지만 마르지 않은 집안 소식이 실려있고
주름진 부모님의 얼굴이 들어있다
자식들이 차례차례 떠나면서 살림도 기둥도 흔들렸을 것이다
돈을 마련해서 보내고 우체국을 나서며 바라본 하늘에는
또 다음 달을 걱정하는 구름의 표정이 보였을 것이다
편지봉투에 덕지덕지 붙은 얼룩진 고향의 흔적을 만져본다
그 안에는 고향의 흙냄새와 낡은 싸리문 소리와
마을 어귀 회화나무의 그늘이 도착하는 날이다
가을 들녘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한가득 실려 온다
간혹 우물 옆에 떨어진 낙엽이 묻어있기도 하고
누렁아~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하숙비를 내고 빌린 돈도 갚으면 얼마 남지 않았다
친구들은 장난으로 향토장학금 왔다고 한턱내라 하지만
그 당시 내가 철이 좀 들었다면
아쉬움과 깨우침이 빗방울이 되어 흩어진다
소 잔등을 쓰다듬던 아버지의 거친 숨결이 흘러내린다
어둠을 열고 어머니의 다정한 발걸음이 들리는 듯하다
늦은 가을비가 종일 가슴에 내리고 있다
첫댓글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시집 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