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 박일만
웃음을 감춘 야성
자비나 선정은 반역인 거다
사마귀가 거대한 앞발로 옥죄이듯
한번 잡은 대세를 지키려고 혈안인 거다
그들만의 잔치에 인간들을 동원하는 거다
시대가 꽃을 피우는 꼬락서니를 못마땅해 하고
오직, 경직된 현재만 좇는 거다
자유와 사상과 더불어
그 아무런 실체도 허용하지 않는 거다
정신을 말뚝에 묶어 놓아야 시대가 바로 선다고
주장하는 거다
가끔, 그들이 쳐 놓은 철조망에 걸려
파닥거리게 하는 거다
그들이 허락한 자유란 허울 좋은 전략일 뿐
무참한 세계에 생의 이치를 강제 주입하는 거다
표정 잃은 바위가 돼가는 인간들을 향해
더욱 모범적, 모범적이어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거다
얼굴에 짙은 분장을 하고 사뭇 진지한 몸놀림으로
사랑이란 문화를 좀 먹는 거라
규정하는 거다
그러므로
그들은 종내 무너지는 거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영혼이 자유로운 존재
그 앞에 그들이 무릎을 꿇는 거다
몸은 체제에 억눌려도
사랑은 영원한 거라는 걸 그들이 간과한 거다
야성의 종말은 그런 거다
<현대시학, 2023. 3-4월호>
[박일만]
2005년 《현대시》신인상.
제5회 <송수권 시문학상>, 제6회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