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놀이
누군가 힘껏 공을 차올리자
둥글게 접혀 있던 날개가 펼쳐졌다
손은 어디로 뻗어야 하나
낙서를 하는 새들만 날아다니고
공은 보이지 않는다
물 위에서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공
사람들은 새를 잡아 바닥에서 튕겨댄다
바닥을 흔들었는데 새들이 툭툭 떨어진다
공기의 뼈를 가진 새는 빠르게 이곳을 스쳐 가고
까만 눈동자들이 우르르 몰려다녔다
잡히지 않기 위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
킥킥거리며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
반대편에서는 공이 도착하는 지점으로
날개를 닮은 손이 펄럭인다
새들은 낙하할 곳을 향해 날아간다
사람들이 공을 쪼개 놓거나
공으로 허기를 채워 넣기도 하는 저녁
딴짓
어울리지 않지만 결혼식은 좋아해. 극적인 상황에서 나는 어항 속에서 잠을 잤다. 우리의 사이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 이별을 위해 부케를 던졌다. 물속 모퉁이를 돌고 돌면 나의 결혼식. 햇빛을 머리에 이면 우리는 두 개의 동그라미가 되었다.
오늘을 기억해 백한 번째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벽은 물고기 꽃누르미 향으로 가득해서 자주 물을 뿌려주었다. 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은 공기 방울로 엮어진 다리. 나를 툭, 던지면 파장이 일어나겠지.
천연덕스럽게 호주머니 속에서 울음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마멀레이드 향이 생각나는 오후. 결혼식은 또 다른 결혼식을 지워가는 일. 눈을 뜨면 시간은 분주해져 갔다. 어울리지 않지만 결혼식은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