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외치*의 꿈 ＞ / 김세영

[김세영]

외치*의 꿈

                   김세영

5300년간 결빙의 잠에서 깨어난 그,

조상의 오랜 믿음 대로
썩지 않는 육신과 소멸하지 않는 혼령,

그 증거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61가지의 문신을 새긴
멋진 몸틀을 보여주고 싶었다

몸 조각들이, 피톨들이 
종자 씨앗이 되는
몸틀의 부활을 꿈꾸었다

질투의 돌화살이 박힌
왼쪽 어깨 상처의 통증을 견디며
인연의 끈을 잡고서, 부활을 꿈꾸며
핏자국을 남기며, 동면하는 곰처럼
빙하의 골짜기로 올라갔었다

설산에 별빛 총총히 박히는 밤에는

결빙의 속박에서 벗어난 혼령이
알프스 산장을 감싸고 내려와서
산기슭 아래,
볼차노 박물관** 냉동실 천장을
인광의 기파가 감싸고 있다

그런 날에는,

새 몸틀을 입고 와서
냉동실의 시린 유리 창문에 다가서는 사람,
따뜻한 피톨의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며 
빙판에 새겨진 외치의 증언을 되뇌는

새롭게 환생한,

길거리에서 만나는

이웃 같은 그를 볼 수 있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경 사이, 알프스 산맥의 외츠 계곡에서 발견된

약 5300년 전(청동기 초기) 중년 남성의 자연 냉동 미라.

**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에 있는 외치 아이스맨의 박물관.

『문예감성』 202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