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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data-ke-size="size18">늙은 개와 산책을</span></p><p> </p><p> </p><p> </p><p>낡은 의자는 인내한다</p><p> </p><p>첨탑 위에 반짝이는 정오의 햇살을 올려다보며</p><p>발톱을, 꼬리를</p><p> </p><p>은행나무에 묶인 채</p><p>네 발로 얼어붙은 엉거주춤 개의 본질을,</p><p> </p><p>가구점 의자들은 새로운 스타일로 주문이 넘쳐나고</p><p> </p><p>짙어가는 그늘 아래</p><p>망각한 의자의 자세를, 멀어지는 개의 의지를</p><p> </p><p>오래 반성하던 낡은 의자는</p><p>낮게 깔리는 구름에서 익숙한 비의 냄새를 맡는다</p><p> </p><p>되살아나는 후각은 의자를 인도할 목줄</p><p> </p><p>얽매인 그늘을 뒷발로 걷어차고</p><p>컹컹, 짖던 회로가 꿈틀거리기 시작해</p><p>코에 의지하여 더듬는다</p><p> </p><p>익숙한 냄새에 이끌려 매번 같은 냄새의 덧칠은 발목을 잡히는 일</p><p> </p><p>언젠가는 소화될 낯선 냄새를 향해</p><p>쉽게 버리지 못해 질질 끌려가는 타성을</p><p> </p><p>건너가자 목줄을 끊고, 신선한 풀밭으로</p><p> </p><p>에둘러 멀리 달아나는 구름 개,</p><p>움츠러든 목을 펴고</p><p>귀가 휘날리도록 가구 골목에서 멀어져가는 의자</p><p> </p><p> </p><p> </p><p>모던포엠 11월호 발표</p><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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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시산맥시회 회원시
늙은 개와 산책을/ 지관순 시인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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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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