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안아보지 못했습니다

[들소 박영춘]

끝내 안아보지 못했습니다

박 영 춘

그리움이 하늘에서 눈꽃을 피웁니다.

추억이 내게로 내려 내려옵니다

새하얀 면사포 새하얀 치맛자락

소녀가 그리움보따리 안고 내게로 내려 내려옵니다

새도 날아 오가지 않고

바람도 불어 오가지 않고

다람쥐도 나들이하지 않는

매섭기 그지없는 겨울 날

첫눈이 추억보따리 안고 내게로 내려 내려옵니다

먼 길을 펄펄 달려와 사분사분

내 발치로 다가 다가옵니다

내 가슴으로 가까이와 눈을 감습니다

순간 내 가슴은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첫눈을 껴안으려 팔을 벌립니다

순간 소나무가지가 하얗게 부지직 부러집니다

얼른 첫눈을 껴안아 보지만

내 품에 안기자마자

그리도 애타하던 그 그리움

그리도 그리워하던 그 추억

죄다 지레 녹아 녹아버렸습니다

내 가슴 달아올라 너무 뜨거워 아팠습니다

결국 끝내 그 첫눈 포근히 안아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