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들어왔습니다. 이러저러 바쁜 일정이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카페에 눈팅이라도 하러 들어오지를 않았었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미누씨에 대한 이야기도, 그 분들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언론에서는 계속 접하면서도... "이래서는 안돼지" 하는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구요.
어찌보면, 외국인노동자의 문제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대한민국 사회 속에서, 중요하지만 참 작은 문제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어제만 해도... 미디어법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 문제나, 공정택 서울 교육감 유죄 대법원 확정판결 같은 얘기들도 돌았고, 아프간에 경계병을 파병하는 문제, 재보선 이후에 여야가 어찌저찌 돌아간다는 얘기... 신문이고 방송이고 인터넷이고... 온통 도배질을 하고도 넘쳐나는 세상이죠.
더욱이 저 같은 경우는, 농민단체 실무자의 입장인지라... 여러 가지 꼬이고 어려워지는 쌀 문제나 농협 문제 같은 것들에 많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온종일 거기에다가 신경쓰고, 일반 사무를 보는 사람들처럼 잡일에, 잡스런 생각에 머릿 속 마음 속이 복잡해지고, 그러다가 저녁에는 사람들 만나서 술 먹고 고기 먹고, 늦게 집에 들어가서 자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갑니다. 그러면서 쉽게쉽게~ 잊혀지는 것이 우리네 일상 같은 생각이 들구요...
미누씨의 이야기와 지금까지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던진 파문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우리 스스로의 생각과 가슴 속에 너무나 껄끄럽고도 부정하고 싶어했던 그 무엇인가를, 미누씨가 힘을 다해 드러냈고 얘기했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왜 그렇게, 우리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이토록 무관심할 수 있었나? 왜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경하고, 강자에게는 비굴하게도 빌빌 기어가면서 살아가고 뒷다만 까는 삶이라니... 내가 왜 그렇게도 약자한테는, 타인한테는 잔인할 수 있으면서도... 정작 내 스스로에게는 관대한 잣대만 대고 사는 것이었던가... 그런 생각들이 이러저러 스쳐갑니다.
따지고 보면 농가부채에 떨어진 쌀값에 시달리는 농민들이나, 미누씨 같은 외국인노동자들이나, 용산 참사 문제에 대해서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이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 그래서 강자들의 일방적인 힘의 논리에 눌리고 상처입으면서 그러저러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다 똑같은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주장이 정권을, 기득권자들을, 아니 속 편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보통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쫒겨나고 탄압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모두... 똑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한 생각들을 할 수 있고... 그런 생각을 작으나마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마음과 의지를 가지기 힘들다는 점... 그래서, 늦은 저녁 술 한 잔 걸치고 집에 들어가게 되면 모든 것들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아쉬운 점이죠. 인터넷에 숨어서, 음식점 시끄러운 곳에서 "이 모든 게 쥐새끼 탓이다!" 하면서 씩씩댈 순 있어도, 그러한 분노를 제대로 표출해내는 '운동'으로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또 극소수입니다. 저 또한 제대로 책임을 지고 일을 하겠다고 나서지는 못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니까요. '운동'의 한 방식으로써, 프리미누 카페에 글을 쓰고 눈팅이라도 가끔씩 하러 오는 성실함이 모자라잖아요?
'깃발'을 휘날리고, '꽃병'과 '짱돌'을 던지면서 '선봉'에 서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사람 멋있다, 짱이다 하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1980년대 말 임종석이나 김민석 같은 꽃미남 전대협 의장들이 여학생들 컬러 책받침 모델로까지 나오던 호시절은 더 이상 오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만 사회변혁운동을 계속 할 수 있었다면, 대한민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모순들을 일거에 해결해 내고 제대로 된 민주국가로 발돋움할 수도 있었을지 모를 일이죠.
일상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 스스로의 삶에서 출발하는 자그마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 '실패와 좌절'이었던가요? 봉하마을 홈페이지 카페에서, "이러저러한 과제들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자료를 모아봅시다"... 그 양반, 참 숙제도 많이 내더군요. 물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부엉이바위에서 떨어지셨다지만...
그렇게도 나 하나 당신 하나... 각기 떨어진 '섬'으로 남아 있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이어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갑자기 안치환님의 '섬'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대학 시절, 신대방에서 신도림으로 가던 2호선 열차에서 바라봤던... 석양 검붉은 하늘빛에 잠기던 자그마한 집들과 아파트, 그리고 그 위를 날아서 김포공항으로 가던 비행기의 모습 같은, 보통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생각나구요...
그러한 '섬'으로 돌아가는 밤이지만... 서로가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만큼은 가지고 돌아가는 오늘 될 수 있었음 합니다. 두서없는 말이 길었네요. 그럼 이만 총총...
- 서울사는만두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