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수 없는 하느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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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는 행복 대신 놀람을 기도했다.
그리고 당신을 그것들을 나에게 주셨다.
[제3부] 꿈속의 숙녀에게
꿈속의 숙녀에게
나에게 숨결 한 번,
손가락 하나 얹어주셔요.
천 년 세월 당신이 그리웠습니다.
말 한 마디 던져주십시오.
내 모든 젊은 날에 당신을 꿈꾸었고,
내 모든 젊은 날에 당신을 울타리로 둘렀으니,
나의 꿈이 너무나 쓰리고 아픕니다.
사무치는 그리움은 내가 당신한테 진 빚―
청컨대, 내 이 꿈을 살려주십시오.
당신 눈은 하느님의 반기는 인사,
당신 몸은 이 세상 오아시스,
이리저리 헤매는 내 눈길에 주는 기쁨,
당신 발은 고요한 쾌락의 정원에 선 나무들.
나는 밤마다 꿈속에서 당신을 찾았고,
당신은 시들지 않는 내 욕망을 한 번도 찾지 않았지요.
그래도 꿈들은 고집스레 맹세하였고,
당신은 거기 있습니다!
언제고 당신, 내 품에 들겠지만,
하지만 지금 나는 시험 치르는 학생처럼,
당신 앞에 말없이 서 있어요.
당신 가슴에 바치는 언어들의 진열상자를 당당히 들고서,
내 꿈의 깨어진 유리창으로 보듯이,
나는 놀란 눈으로 당신 눈동자를 들여다봅니다.
내 화살을 잊었어요, 내 활을 잊었다고요.…
사랑하는 이여,
나의 이 혼란스러운 침묵을 용서해주십시오!
나에게 숨결 한 번,
손가락 하나 얹어주셔요.
천 년 세월 당신이 그리웠습니다.
말 한 마디 던져주십시오.
당신 얼굴의 궁전에서
당신 얼굴은 나의 궁전,
당신 눈,
푸르고 친절한 당신 눈은 내 영혼의 베개.
보드랍고 조용한 당신 입술 요람에
내 이름이 누워있을 때,
나의 손발은 빛으로 바뀌어 환해지지요.
한 번의 미소, 한 잔의 포도주와 함께,
당신이 내 꿈을 향해서 안녕하냐고 물을 때,
나의 잿빛 신앙은 젊어집니다.
한 번의 미소, 달콤한 도장으로
당신이 내 운명을 당신한테 찍을 때,
나의 가슴은 하늘에 닿는 사다리가 되어요.
당신 얼굴은 나의 궁전,
당신 눈,
푸르고 친절한 당신 눈은 내 영혼의 베개.
약혼자
사람-향한 희망이 담긴 그리움으로,
나, 당신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거기를 통해서만 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변경(邊境)에도 이르지 못하였네요.
누가 어떻게 준비하여
당신 가슴의 높은 경계에서
값진 보물을 취할 수 있을까요?
잠복의 베일로?
아니면, 집요한 이끌림으로?
그러는 동안에 나는
겨우 알 것 같은 먼 곳의 가장자리에
한사코 매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거기 있다는 좋은 소식을
은밀히 내 속에서 키워야 해요.
당신이 당신의 계시들을 세상에 흩을 때,
나는 당신 목소리의 메아리를 가까스로 마시며,
당신의 멀고 희미한 몸짓들―
아낌없는 사랑의 가난한 재물들을 모아야 합니다.
내 말이 가장 먼 거리의 별에서 오는 빛처럼
당신에게로 뒤늦게 가서 닿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당신은 알겠지요,
내 사랑 약혼자여,
당신이 언제나 내 빛의 인화점(引火點)이었음을.
메시지
약혼자여, 내 우울증을 치료해주시고
당신 말로 나를 감싸주십시오.
내 불안에 완충기로 되어주시고
내 놀람에 기둥으로 되어주십시오.
나는 모호한 꿈을 위해서
젊음과 고향집을 저당 잡혔고
영원의 밀물과 썰물을
끊임없이 헤엄쳐야 합니다.
고삐들의 그물에 걸린 것처럼,
공포들에 밀리고 당겨지며,
좁디좁은 다릿목에서나
지친 육신을 겨우 쉴 수 있지요.
내 영혼의 배로 하여금
당신 몸짓의 잔물결에서 쉬게 해주십시오.
내 인생행로의 먼 전망을 위하여
당신 얼굴에서 고향집을 찾게 해주셔요.
약혼자여, 내 우울증을 치료해주시고
당신 말로 나를 감싸주십시오.
내 불안에 완충기로 되어주시고
내 놀람에 기둥으로 되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