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내린천 강물이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가뭄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죠.
제가 인제에서 일을 시작한 1994년 이래로 기록한 강수량 데이터를 보면
1994, 1996, 2001년에 지독한 가뭄이 있었고
이후에는 2014, 2015, 2019년에도 가뭄이 들어 동네에 단수령이 내릴 정도였었죠.
2021년 지난해에도 가뭄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연이어 올해 2022년에는 더 심한 듯 보입니다.
내린천 강물 대부분은 홍천군 내면 을수골에서 오는데, 홍천군 내면은 놀랍게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면으로
(을수골 안쪽 오대산국립공원 내에 내린천발원지 표식이 있다고 합니다.)
창촌, 광원, 명개, 율전, 자운, 방내 같은 예쁜 이름의 동네들이 해발 600m 산자락 아래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 동네들이 원래는 인제군의 내면이었는데 1945년 광복 이후 38선이 그어지는 바람에 인제군 남면, 기린면과 함께
홍천군으로 편입되었다고 전쟁 이후 수복된 이후에도 내면은 홀로 홍천군 관할로 남게 되었습니다.
여튼 우리 관심사는 내린천 강물이 과연 어디서 오느냐죠.
(저걸 이어 붙이느라 포토샵과 꼬박 한시간을 씨름했는데 덕분에 시간은 잘 갔네요. ^^)
앞서 언급한대로 내린천은 오대산 북사면의 을수골 깊숙한 곳에서 발원해서 칡소폭포 바로 아래에서
구룡령방면의 명개리에서 오는 계방천을 품고, 다시 운두령과 자운리 깊은 골짜기에서 오는 자운천이
광원삼거리(원당)에서 내린천으로 합쳐집니다.
여기서부터 하류쪽으로 미산계곡이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 물의 유량과 수위는 한강홍수통제소 홈페이지 지도보기에서 왕성동교 수위표를 보면 됩니다.
강수량은 홍천군 내면 명개리 열목어마을(구룡령 올라가기 직전) 인근 지점에서 측정하고요.
한편 율전과 방내에서 내려오는 방내천이 미산계곡이 끝나는 미산2리 합수머리에서 내린천에 합류되는데
이 믈의 유량과 수위는 양지교 수위표를 보면 됩니다.
이후 내린천은 상남과 하남을 거쳐 현리 3군단 사령부 앞에서 진동, 방동에서 흘러내리는 방태천을 품는데
이 물의 유량과 수위는 현리교의 수위표를 보면 됩니다.
강수량은 인제군 진동리 아침가리계곡 입구 인근에 있는 곳에서 측정하고요.
엄밀히 말해 내린천은 바로 여기까지입니다.
즉 을수골에서 현리까지가 내린천이고, 현리에서부터는 소양강인데 그냥 내린천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이 지역사람들도 소양강댐이 만수가 되면 인제읍 바로 코 앞까지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인북천이 합수되는 합강교 하류부, 즉 소양호를 소양강으로 부르고
합강교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흐르는 강을 내린천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동네사람들도 다 그렇게 부르니 뭐...
인제에 비가 얼마나 왔다고 말하는 지점은 인제읍내 소방서 인근의 인제기상관측소라서
사실 내린천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현리 아래 서리에 있는 하죽천교의 수위표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3곳의 수위표의 유량을 모두 합한 값 또는 조금 더 상회하는 값을 나타낼 것은 당연하죠.
이 수치들은 급류 카약커들이 가장 많이 타는 원대교 또는 하추교 하류쪽 수위와 유량에 직접적으로 관계합니다.
이후 하류쪽으로 내려가면서 규모가 좀 되는 소하천은
한계령 서쪽 사면을 따라 내려와 하추교에서 내린천으로 유입되는 가리산천과 점봉산에서 내려오는 귀둔천이 있습니다.
강수량은 인제군 한계령휴게소 인근 지점에서 측정하고요.
하죽천교 이후에 이 두 소하천을 만나 비로소 원대교를 지나게 되는데요.
원대교 수위표는 내린천에서 가장 하류쪽에 위치한 수위표로서 소양댐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현재 원대교 수위표는 유량 데이터는 볼 수가 없고 수위만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수위보다는 유량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게 아주 실망스러운 점입니다.
이 원대교 관측소는 내린천 유역에서 유일하게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우리가 주로 보는 한강홍수통제소는 환경부 산하 기관입니다.
한강홍수통제소장님 왈 한국수자원공사의 데이터는 오류도 많고 데이터 전송도 자주 끊어져 신뢰하기 어렵다고...
한국수자원공사...본의 아니게 또 디스하게 되네요. ^^
만약 하죽천교의 수위나 유량이 증가하지 않았는데 원대교 수위가 증가했다면
한계령이나 점봉산 쪽에만 비가 많이 와서 가리산천과 귀둔천으로 물이 많이 유입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원대교 수위표가 약 20cm정도 증감이 발생했다면
현리 솔밭에 있는 소수력발전소에서 발전 방류하는 것 때문입니다.
(현리의 헬기비행장 앞 강에는 내린천 물을 가둔 수중보가 있고 우회수로를 통해 솔밭 옆까지 물이 돌려집니다)
이때 유량 변화는 하죽천교의 것을 참고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