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지금껏 정말 엄청나게 많은 분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눴을 겁니다.
만나는 방법에는 직접 만남, 전화 만남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이메일, 메신저, 문자, 카톡, 카페 댓글... 엄청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얼굴도 모르고 심지어는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고 만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저에게 있어 거의 반평생 이상은 만남의 대화 내용 대부분이 카약이었던 것 같은데, 상대는 저에게 궁금한 것들을 묻고, 저는 상대에게 그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대답하고... 이윽고 만남이 거의 마무리 되어 갈 무렵 상대의 대다수는 저에게 "조만간 전화드릴께요" "따뜻해지면 꼭 배우러 갈께요" "내년엔 꼭 시작할께요" 라는 식의 다음을 약속하며 기대를 하게 만드는 말을 무수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로 부터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상대의 얼굴(목소리)이나 대화 내용들은 눈 녹듯 제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아마 상대가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했을 때 지키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굉장히 낮다는 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겠죠?
물론 제 기억력도 형편 없고, 저의 화술이나 문장력이 상대를 설득시키지 못할 정도로 잘못 되었거나 수준이 낮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주제는 자신이 정말 관심있다, 너무 좋다, 꼭 해보고 싶다, 진짜 열심히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고선 정작 다음(next)을 특정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뒤로 미루는 분들 이야기입니다.
왜 이걸 주제로 삼았냐하면 상대의 절절한 바램에 어떻게하든 도움을 주려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다 짜내서 건넸는데 정작 '나중에'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정말 허탈하고 답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그게 언젠데?
저는 카약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자꾸 뒤로 미루는 분들은 이런 거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1) 솔직히 카약을 그렇게까지 꼭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걸 까놓고 말하긴 좀 낯간지러워서 그런거다
(2) 지금 당신과 카약에 관한 무언가 같은 주제를 안주삼아 이야기하면서 그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3) 나는 지금 나의 문제를 솔직히 까놓고 말하는 것이고, 나를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의 문제?
그런데 이게 무슨 타고난 천성이나 후천적으로 생긴 습성(?)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네요.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실수하는 건 아닐까 같은 불안 또는 자기 불신, 희박한 가능성이나 변수까지 죄다 연관지어 지나치게 조심하고 고민하는, 심신의 무기력, 산만함, 너무 높은 기대 가치, 결정 장애, 낮은 자존감, 대놓고 거절을 못하니 우회적으로 미루는 방법을 택하는... 뭐 이런 기제들이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만약 여러분 입에서 '나중에'라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만약 여러분이 동료나 후배 카약커들에게 열심히 조언하고 용기를 주는 말을 했는데 '나중에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만남과 대화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일수도 있으며, 미래의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절대 '나중에'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됩니다.
대화를 '나중에'로 마무리할 생각이라면 공연히 상대의 시간과 성의을 뺏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중에'는 곧 '싫어요'라는 부정적인 뜻을 가장 함축적이면서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알아차리거든요.
다들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걸 모르겠습니까?
'나중에' 말고 '바로 하세요'
지금 안하면 언제 할껀데요?
첫댓글 ‘르블랑의 법칙’ 제 카톡 프로필 문구죠. ㅎㅎㅎ
와우~ 이거.....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누가 봐도 잘 알 수 있게 질서정연하게 줄 맞춰 코딩하는 것부터 했습죠.
안 그러면 내가 짜고도 어디 있는지 뭐가 잘못되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는...
@거북이
마루온장님 덕분에 르블랑의 법칙을 네이버링해서 알게되었습니다. 이론과 삶이 가져다준 경험이 잘 들어맞을때 그걸 쉽게 받아들 수 있나봐요. 공감1표
모두훌륭하십니다
나중에. 나중에 미루다가 2018년이나 되어서야 카약을 배운 1인...
그러다가 영영 못한 사람도 진짜 많은데 그나마 다행 아입니꺼~ ^&^
저는 나중에가 없는데 급류카약은 늦게 시작했습니다.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본후 본인과 맞지 않으면 그때 안하면 되거든요.
이렇게 하는게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것을 인생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50넘으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남 눈치보지 않고(특히 마누라) 싶은것 마음껏 하는게
요즈음 유행하는 YOLO Life가 아닐까 합니다.. ㅎㅎㅎ
요즘은 "나중에~"보다는, 진짜로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아서 "악착같이, 시간을 쥐어짜서~^^;;;" 하고 있습니다. 이러구 최선을 다해도 일년에 꼴랑(?!) 70일도 타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쉽고, 카약을 더 타고싶지만 건강과 시간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올 2021년도 신나게 놀렵니다. 이제는 "나중에~"를 외칠 수 없어서 슬픕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전 제몸이 강철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부러진 강철이란걸 이주전쯤 알고는 요즘 굉장히 우울합니다. 올해 재미나게 타려고 배도 새로 주문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