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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⑭ / 대한성공회 | 제 45호 199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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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사회문제 외면해선 안돼" 김일곤 月刊중앙 WIN 기자 |
6·10항쟁의 진원지로 더 유명해진 대한성공회는 그동안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커다란 궤적을 그으며 국민과 함께하는 교회로 성장해왔다. 70년대 암울했던 시기 도시산업선교센터를 설립, 운영하면서 불순세력으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성공회의 전통과 사상에 대해 들어본다. “일부에서는 교회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교회 밖의 문제’인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죠. 교회의 사명을 폭넓게 보면 교회의 존재이유는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뿐만 아니라 사회구원도 포함됩니다. 이것들이 함께 교회선교의 목표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총체적인 구원이라고 합니다. 성서의 가르침이나 기독교 전통의 핵심을 봐도 교회의 사명으로 사회정의 실현을 대단히 중요하게 봅니다. 영국교회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신학자였던 윌리엄 템플럼 대주교도 바로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분은 세계기독교회협의회(WCC)를 창설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분입니다. 사회정의에는 물론 경제정의도 포함됩니다. 주어진 시대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그 시대의 사회문제입니다. 교회가 거기에 관심을 갖고 그 사회에서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선교입니다.” ─ 그동안 민주화운동에 앞장서온 성공회가 21세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임무로 세운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열린 람베스회의에서도 이런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회의의 의의와 결정사항에 대해서도 들려주십시오. “성공회는 각국의 교회가 전세계적으로 유대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람베스회의는 10년마다 한번씩 전세계의 주교들이 모여 그 시대에 제기된 이슈를 두고 토론하는 성공회의 중요한 회의입니다. 지난해에는 완전한 인간성을 위한 부르심, 복음적 삶과 성령을 위한 부르심, 다원화된 세계 속에서의 신앙과 삶을 위한 부르심, 일치를 위한 부르심 등 네가지 의제를 다뤘습니다. 핵심을 요약하면 먼저 선교와 복음화 문제에서는 세계가 도시화, 비인간화되는 속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 선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세계적으로 볼 때 가난한 제3세계 국가가 부유한 선진국들에 진 외채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들 제3세계 국가의 빚을 탕감하지 않으면 이들 나라가 더 가난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 전세계 성공회는 제3세계의 외채 탕감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세계성공회에서도 인권·외채문제에 큰 관심 인권문제에서는 여성과 어린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교회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입니다. 또 환경문제는 21세기를 맞아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교회가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인간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앞으로 교회의 중요 과제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일치에 대해서는 WCC를 통해 모든 교파의 연대와 일치를 추구해 나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들은 21세기 선교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할 것입니다. 대한성공회에서도 이를 기초로 복음화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 환경문제에 초점을 맞춘 생명 살리기, 교회일치와 연합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등 세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것은 우리 성공회가 21세기를 맞으면서 새로이 노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 성공회의 신앙전통이나 특징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영국성공회가 로마교회로부터 독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시 영국교회와 로마교회간의 정치적 갈등이 성공회의 독립에 결정적 변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성공회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에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정치적 이유 때문입니다. 당시 로마교황청이 전유럽의 교회를 로마교회화하면서 영국에도 국내의 중요한 농토나 재산 등 경제권을 교회와 수도원이 모두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로마교황 직속이었습니다. 결국 영국 내의 모든 부가 교황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왕은 형식만 있고 실권이 전혀 없었어요. 영국은 섬나라이며 영국 사람들은 독립심이 강하고 남에게 예속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헨리8세는 영국 사람들이 로마교황청을 싫어하는 것을 간파하고 캐서린 왕비와의 이혼문제를 내세워 로마교황청과 단절해버린 것이죠. 그리고는 ‘영국의 모든 부는 영국 왕인 내게 귀속한다’고 선언하고 스스로 교회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신학적인 이유입니다. 로마교회가 성서에도 없는 교리를 새로 만들어 비성서적으로 교회를 이끄는 행태에 대해 반기를 든 것입니다. 유럽대륙의 루터와 같은 종교개혁자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교황과의 관계를 끊고 영국의 교회는 영국인이 스스로 꾸려 나간다는 원칙이 세워지고 성공회가 태동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공회는 다른 교파처럼 특별한 교리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이후 교회가 최초로 분열하게 된 것은 동·서로마제국이 분리될 때 그리스정교가 분리한 것이 처음입니다. 성공회는 이 분열 이전의 초대 교회 시대에 다같이 신앙고백하고 인정한 사도신경과 니케아신경을 기본교리로 삼습니다. 성공회에서는 성경과 인간의 이성, 전통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교리를 주장하지는 않지만 성공회의 역사와 전통을 통해 특징을 살펴보면 ‘중도의 길’(VIA MEDIA)을 추구합니다. 과거의 보수 가톨릭과 개신교의 양 극단을 포용하며 조화시켜 중간의 길을 가는 것이 전통입니다. 여기에도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절 영국 내에서는 잔존한 로마교회와 새로 유입된 개신교 간에 파쟁이 극심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를 조화시켜 영국 국가를 안정시키는 통치이념을 택했는데 이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공회의 신앙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 외면하면 교회 존재이유 없다 ─ 현재 영국성공회와 대한성공회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 있습니까. 또 가톨릭과의 관계는요. “과거에는 한국의 성공회가 신자 수나 교구가 미처 갖춰지지 않아 독립하지 못했습니다만 3년 전부터 관구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주교 3명, 교구 3개로 독립한 성공회로서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영국성공회와 국제적인 활동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또 성공회는 가톨릭에서 독립했으므로 종속관계는 없고 로마가톨릭 내에 있었기 때문에 전례나 전통이 비슷한 것이 많습니다. 성직자 제도나 미사 등 예배 형식도 비슷하죠. 기본전통은 같고 사상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이 로마교황을 정점으로 한 중앙집권적 조직이라면 성공회는 각국의 교회가 독립되어 있고 서로 연대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주 민주적이죠. 한국내 신자는 대략 6만여명, 전세계적으로는 7천만명 정도입니다. ”
“먼저 한국의 교회들은 각 교파의 분열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교단 내에서도 많은 파벌이 있는데 이들이 합치해야 합니다. 서로 역사와 전통이 다른 교단들은 일치하고 연대를 통해 하나의 기독교를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성공회가 앞장설 것입니다. 또 일반 개신교 가운데 지나치게 개(皆)교회 중심으로 활동해 대형 교회를 만드는 식의 교세 확장을 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교회가 사회를 외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교회 자체의 존재이유가 사라지고 존립이 위험해지게 됩니다. 교회는 항상 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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