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야기 화마
삼십 줄에 접어든 곱상한 막실댁이 코흘리개 아이 손을 잡고 달랑 보따리 하나 머리에 인 채 이 진사 댁에 찬모로 들어왔다.
막실댁 팔자도 기구하다.
손을 잡고 데려온 일곱살 계동은 친자가 아니고 세상 등진 남편의 전처 자식이다.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사람 좋은 홀아비, 계동의 아버지에게 시집가 정도 들었건만 무슨 팔자인지 병으로 남편을 잃고
전처 자식 하나만 떠안았다.
삼년을 버티다 먹고살 길이 없어 이 진사 댁에 찬모로 들어간 것이다.
이 진사는 홀아비로 큰 부자는 아니지만 보릿고개에도 곳간이 바닥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에겐 수많은 혼담이 들어왔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어느 날 밤 막실댁 품에 안겨서 자던 계동이 잠을 깼다.
이 진사가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막실댁과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계동이 자는 척 귀를 쫑긋 세웠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헛말이여.”
이 진사가 이렇게 탄식하는 걸로 봐 몇번이나 막실댁 방에 들어왔다는 소리다.
긴 침묵 끝에 막실댁이 조용히 말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뭣이오?”
“우리 계동이를 서당에 보내주십시오.”
이 진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사랑방으로 향했다.
어린놈들이 모인 서당에서도 텃세가 대단해 계동은 첫날부터 개똥이라 불렸고 코피가 안 터지는 날이 없었다.
늙은 훈장님은 몸이 안 좋아 매일 내실에 누웠고 학동 가운데 가장 덩치 큰 황 첨지 손자 덕보가 회초리를 들고 훈장 노릇을 했다.
자신은 아직 천자문을 붙잡고 있는 터에 반장이랍시고 회초리를 함부로 휘둘렀다.
가을이 깊었다.
막실댁이 입덧하기 시작했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닥쳤다.
이 진사는 서너달 막실댁을 데리고 살더니 그만 싫증이 난 터에 입덧하자 깜짝 놀랐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문이 쾅 열리며 소복에 산발을 하고 입에 칼을 문 채 피를 철철 흘리는 귀신이 들어와
푸 소리를 낸다. 얼떨결에 잠을 깬 막실댁 얼굴에 피를 뿜었다.
귀신은 황급히 도망가고 막실댁과 계동은 기절했다.
가을이 깊어져 벼를 벨 때면 아파 누웠던 훈장이 발딱 일어나 학동들에게 학비를 재촉했다.
나락 한자루, 콩 두자루, 돈 여든냥….
모두 섣달에 약정한 서당 학비를 가져왔다.
이 진사는 막실댁의 독촉에도 모르는 척했다.
계동은 서당에 가지 않았다. 막실댁 배가 계속 불러오자 이 진사가 약을 한첩 지어 왔다.
밥맛이 없어진 막실댁은 살이 빠져 수척해지더니 드러누웠다. 이 진사는 약탕관 풍로에 부채질을 하며 손수 약을 달였다.
계동이 약탕관을 발로 차서 박살을 내자 이 진사는 그를 두들겨 패고 집에서 쫓아냈다.
계동은 다리 밑 거지 소굴로 들어갔다.
거지 열두명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텃세도 없었다. 원덕암의 주지 스님이 재가 불자가 사십구재를 지냈다며 손수 지게에 떡을 지고 다리 밑에 왔다가 계동을 알아봤다.
계동이 이 진사 집에서 쫓겨나 이곳으로 온 사연을 듣고 끌끌 혀를 찼다.
한달쯤 지났을까.
막실댁의 부음을 듣고 계동이 이 진사 댁으로 달려가 하인을 따라 묘지에 가봤더니 뒷산에 평장으로 묻어놨다.
한 많은 이놈의 동네!
북쪽으로는 산이 병풍을 두른 듯 포근하게 북풍한설을 막아준다.
추석날 밤, 맑은 밤하늘에 보름달이 떠올랐는데 삭풍이 점점 세게 불어왔다.
바로 그때 병풍산이 띠를 두른 듯이 타올랐고 삭풍이 몰아치자 불길은 순식간에 산등성이를 넘어 동네가 들어선 남사면을 덮쳤다.
불길이 조금만 더 오면 온 동네가 잿더미가 될 판이라 동네 사람들은 뛰쳐나와 남쪽으로 내달리며 아수라장이 됐다.
그때 가사와 장삼을 펄럭이며 원덕암 주지 스님이 부채를 펴 들고 “계동아, 원한의 화염을 거둬라”라고 고함치자
북쪽에서 화염을 안고 불어오던 삭풍이 마파람으로 바뀌어 남쪽에서 북쪽으로 불길을 몰아갔다.
동네가 살았다.
이튿날 이 진사와 주지 스님의 지휘 아래 지관이 와서 터를 잡고 일꾼들이 개미 떼처럼 모여 가마니때기에 쑤셔넣은
막실댁 시신을 꺼내어 염을 해서 입관을 하고 봉분을 높게 올리고 며칠 후 상석과 비석을 놨다.
제사를 지낼 때도 계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첫댓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 朴圭澤(華谷)·孝菴 公認 大法師(佛敎學 碩士課程)의 좋은글 중에서(Among the good articles of
Park Gyu taek(Hwagok) Dharma-Bhānaka and Hyoam's official Daebosa(an academic course in Buddhism) =
감사 합니다.
즐독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건행
사랑방 야화 413.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감니다 감사합니다,
내용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 방 야화 잘 보구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