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다보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정말 좋은 믿음의 밭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봅니다. 반복하여 가르쳐야 아는 이도 있고, 아무리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잘 모르는가 하면 부유해지길 바라면서도 부를 담을 그릇의 분량은 준비하지 않습니다. 권세를 바라면서도 그만한 그릇은 준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회가 와도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크기는 간장 종지만하면서 기대는 늘 함지막만하면 어찌 그것을 다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보면 천국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는 자는 길가에 뿌리운 자요, 기쁨으로 받되 뿌리가 없어 잠시 견디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넘어지는 자는 돌밭에 뿌리운 자요, 세상의 염려로 결실치 못하는 자는 가시떨기에 뿌리운 자요, 오직 백 배, 육십 배, 삼십 배 결실하는 자가 좋은 땅에 뿌리운 사람인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본문의 가룟 유다는 피밭이었습니다. 그는 본디 사도의 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예수님의 목적과는 다른 삶을 지향했습니다. 그 결과가 피밭이었습니다. 피밭은 아무런 열매도, 조금의 열매도 얻을 수 없는 무익한 밭입니다.
교회 안에서 늘 열매를 맺지 못하면서도 좋은 땅이 자신의 영적 상태인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이도 많습니다. 씨 뿌린 밭의 삼십 배 결실은 당연한 일인데도 대단하다 여깁니다. 백배 결실도 지극히 정상적인 은혜입니다. 문제는 씨는 대개 좋은 씨인데 밭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해도 백배 열매 맺는 사람부터 피밭까지 다 보게 됩니다. 농사는 정직합니다. 매년 결실이 있습니다. 풍년이건 흉년이건 맺는 게 있습니다. 그러나 피밭은 아무런 것도 얻을 수 있습니다.
춘추시대 말기에 제 나라에 유명한 안영이란 재상이 있었습니다. 공자도 그를 형님처럼 대했다는 이 안영은 지혜와 정략이 뛰어난데다가 구변과 담력이 또한 대단했고, 특히 키가 작은 것으로 더욱 이름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어느해 초나라 영왕이 이 안영을 자기 나라로 초청했습니다. 안영이 하도 유명하다니까 얼굴이라도 한 번 보았으면 하는 어린애 같은 호기심과 그토록 각국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는 안영을 한번 보기 좋게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타고난 심술 때문이었습니다. 영왕은 간단한 인사말을 끝내기가 바쁘게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길가는 사람은 어깨를 마주 비비고 발꿈치를 서로 밟고 지나가는 형편입니다.", "그렇다면 하필 경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보낸 까닭은 무어요?" 안영의 키 작은 것을 비웃어 하는 말이었습니다. 외국 사신에게 이렇게 실례되는 말이 없겠지만 초나라 왕은 당시 제나라를 대단치 않게 보았기 때문에 이런 농담을 함부로 했습니다. 안영은 서슴지 않고 태연히 대답했습니다. "그 까닭은 이러하옵니다. 저희 나라에선 사신을 보낼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뽑혀서 초나라로 오게 된 것이옵니다." 은근히 상대방을 놀려 주려다가 보기좋게 반격의 기습을 당하게 된 초왕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첫 번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 두 번째 계획이 진행되었습니다. 왕이 바라보고 있는 뜰 아래로 멀리 포리들이 죄인을 묶어 앞세우고 지나갔습니다. "여봐라." 왕은 포리를 불러 세웠다.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포리가 대답했습니다. "제나라 사람입니다." "죄명이 무엇이냐?" "절도죄를 범했습니다." 초왕은 안영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오?" 계획치고 참으로 유치하고 무모한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하는 안영에게는 이 이상 더 큰 모욕이 있을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안영은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강 남쪽에 귤이 있는데 그것을 강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고마는 것은 토질 때문이옵니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원래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랐는데 그가 초나라로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을 보면 역시 초나라의 풍토 때문인줄로 아뢰옵니다." 며칠을 두고 세운 계획인데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자, 초왕은 그제서야 그만 안영에게 항복을 하고 말았습니다. "애당초 선생을 욕보일 생각이었는데, 결과는 과인이 도리어 욕을 당하게 되었구료." 하고 크게 잔치를 벌여 안영을 환대하는 한편, 다시는 제나라를 넘 볼 생각을 못했다는 것입니다.
안영이 만들어 낸 말은 아니지만 역시 그것은 진리였습니다. '강 남쪽에 심은 귤을 강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 식물은 밭이 중요하고 사람은 환경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 뿐아니라 당신이 다른 사람의 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