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각 교단의 총회가 열렸습니다. 총회장을 비롯한 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아예 제비뽑기를 통해 총회장을 선출하는 교단도 있습니다. 교회의 선거가 세상과 별다름 없이 돈과 불법이 난무하여 생기게 된 현상입니다. 인간의 지혜나 제도는 완벽한 것이 없어서 늘 개혁과 변혁이 필요합니다. 한국 교회의 다수인 장로교회의 정치 체제는 총회장이 단지 총회의 사회자일 뿐인데도 교단을 상징하고 목사가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라는 이유로 재수, 삼수도 불사하며 부총회장이 되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제비뽑기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의 가룟 유다의 빈 자리를 채우려고 유스도라 하는 요셉과 맛디아 중 제비를 뽑아 맛디아가 사도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구약 성경의 여러 곳과 이 신약 성경의 제비가 오늘의 성경적인 근거입니다. 그래도 총회장은 어느 정도 교세와 경륜을 갖추어야 하는데 반해 교회의 선거와 임직은 좀 상황이 다릅니다. 물론 나이나 신앙 연수가 법적 기준에 맞아야 함에도 더러는 입교 몇 년이 안 되는 이도 타 교회에서의 경력이 하나님 앞에 무엇이 다른가 항의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것은 각 교단의 헌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객관적인 기준입니다. 사실 그런데 불만을 품는 사람은 투표를 하든 제비를 뽑든 자기가 안 되면 불만을 갖을 것은 뻔한 일이고, 어느 정도의 자격 기준을 마련한 뒤 제비를 뽑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리를 채우는 데는 기를 쓰고 달려들지만 선교에 필요한 돈이나 사람이 필요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욱이 기독교를 상징하던 한 경직 목사님을 잇는 이는 하고 싶어도 딱히 떠오르지 않을 만큼 채우기 어려운 걸 볼 때, 이른 바 '깜'은 흔치 않은 듯 합니다. 분명 많은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가룟 유다 보다 나은 흔적을 남긴 맛디아를 제비뽑은 사도회의 결정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름이 분명한데 오늘 한국 교회의 경우는 목사나 장로나 선배들의 헌신과 봉사와는 왜 그리 달라졌을까?
순자(荀子) 권학편(勸學篇)의 첫 장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됩니다.'군자가 말하길, 배움은 그쳐서는 아니된다. 푸른색은 쪽풀에서 취하였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며, 얼음은 물이 얼어서 된 것이지만 물보다 더 차다라고 하였다. (學不可以己, 靑取之於藍而靑於藍, 氷水爲之而寒於水).' 성악설을 주장한 전국시대의 학자 순자는 남풀과 청색. 그리고 물과 얼음을 비유함으로써 교육에 의한 인성의 교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은 악(惡)하고 이(利)를 탐하고 질투하고 증오하므로, 스승의 가르침과 예의로써 이를 교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藍'이란 본시 그 잎으로 남색 염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식물의 이름입니다. '남풀'에서 청색을 추출하는 과정이나 물이 얼음으로 변화되는 과정은 곧 '교육'을 비유한 것이니,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제자가 스승보다 더 뛰어나게 변화된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오늘의 신자들이 이전 같이 헌신봉사보다 입신양명을 하려는 결과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있을 곳이 어디 입니까? 교회와 세상의 빈 곳을 채우는 것입니다. 법보다 일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찾아 그 빈 곳을 채움이 성도의 자리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채찍을 들고 교회와 목사를 몰고 있습니까? 아니면 콩쥐네 항아리 깨진 곳을 두꺼비처럼 막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