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제20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반대를 받는 표적인 아드님의 십자가를 통하여 사람 마음의 비밀을 밝히시어, 사람들이 진리와 은총을 거부하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 시대의 표징을 깨달아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을 얻도록 합시다.
말씀의 초대
치드키야 임금은 대신들의 말을 듣고 예레미야 예언자를 저수 동굴에 가두었다가, 악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에벳 멜렉의 말을 듣고 그를 꺼내도록 한다(제1독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가자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세상에 불을 지르고,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고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어쩌자고 날 낳으셨나요? 온 세상을 상대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사람을(예레 15,10).>
▥ 예레미야서의 말씀입니다.38,4-6.8-10
그 무렵 4 대신들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예레미야는 마땅히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그가 이따위 말을 하여, 도성에 남은 군인들과
온 백성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자는 이 백성의 안녕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을 구하고 있습니다.”
5 이에 치드키야 임금은 “자, 그의 목숨이 그대들의 손에 달려 있소.
이 임금은 그대들의 말에 어찌할 수가 없구려.” 하고 말하였다.
6 그들은 예레미야를 붙잡아 경비대 울안에 있는
말키야 왕자의 저수 동굴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예레미야를 밧줄로 묶어 저수 동굴에 내려보냈는데,
그곳에는 물은 없고 진흙만 있어서 그는 진흙 속에 빠졌다.
8 에벳 멜렉은 왕궁에서 나와 임금에게 가서 말하였다.
9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저 사람들이 예레미야 예언자에게 한 일은 모두 악한 짓입니다.
그들이 그를 저수 동굴에 던져 넣었으니, 그는 거기에서 굶어 죽을 것입니다.
이제 도성에는 더 이상 빵이 없습니다.”
10 그러자 임금이 에티오피아 사람 에벳 멜렉에게 명령하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가운데 서른 명을 데리고 가서,
예레미야 예언자가 죽기 전에 그를 저수 동굴에서 꺼내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2,1-4
형제 여러분, 1 이렇게 많은 증인들이 우리를 구름처럼 에워싸고 있으니,
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2 그러면서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3 죄인들의 그러한 적대 행위를 견디어 내신 분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낙심하여 지쳐 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4 여러분은 죄에 맞서 싸우면서
아직 피를 흘리며 죽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49-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영성체송
시편 130(129),7
주님께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네.
<또는>
요한 6,51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리라.
영성체 후 묵상
▦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는 예수님의 역설적인 말씀의 뜻을 깊이 새기며,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인자하신 주님,
성체성사로 저희에게 그리스도의 생명을 주시니
저희가 세상에서 그분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하늘에서 그분의 영광에 참여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오늘의 묵상
※2021년 11월부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요청으로 오늘의 묵상 제공을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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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나태함, 무기력한 삶을 떨치고 불꽃처럼 활활 타오릅시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세상과 인류 구원을 위해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과 백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분히 복합적이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당신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그 자리에서 회개하는 사람들은 대견스럽게 바라보셨습니다. 오랜 세월 폭군들의 압제에 시달리던 식민지 백성들의 고통 앞에서는 저절로 연민과 측은지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하느님께 돌아서지 못하고 과거의 악습에 푹 빠져 도무지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가장 중요한 자신의 영혼과 영원한 생명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오늘 하루 희희낙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아무런 준비도, 변화를 위한 노력도 없이,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영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고, 강력한 경고 말씀이 뒤따랐습니다.
오늘 엄청 강력하고 섬뜩한 경고 말씀은 이런 분위기를 배경 삼아 나온 것이었습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복음 12장 49절, 51절)
‘세상에 불’ ‘평화가 아니라 분열’ 등의 강력한 표현은 묵시 문학을 배경으로 하신 말씀이라, 조금 난해하기에, 잘 새겨들어야만 합니다. 묵시 문학에서는 종말이 다가오면 가정에서부터 우주 전체에 이르기까지 붕괴 현상이 초래될 것을 예언합니다. 따라서 가정의 분열은 종말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전조라는 것입니다.
한 가족 안에서, 다섯 식구 중 3:2로 갈라져 맞설 것이라는 말씀,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맞설 것이라는 말씀, 참으로 듣기에 거북하고 난감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가족을 사랑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종말이 다가오면 하느님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라는 말씀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불은 심판을 상징합니다. 즈카리야서에는 더 끔찍한 말씀이 적혀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온 땅에서 삼 분의 이가 잘려 죽고 삼 분의 일만 살아남으리라. 나는 그 삼 분의 일을 불 속에 집어넣어 은을 정제하듯 그들을 정제하고 금을 제련하듯 그들을 제련하리라.”(즈카르야서 13장 8~9절)
우리 역시 더 이상 뒤로 미루지 말고 지금 결단을 내려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예수님께서 지르신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밤은 낮처럼 밝아졌고 그분께서 드신 횃불이 온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무관심과 타성은 쫒겨나야 하고, 예수님의 불은 세상 방방곡곡으로 번져나가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가장 경계하시는 백성들의 삶은 열정없는 삶입니다. 살아있어도 이미 죽어버린 삶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뜨뜨미지근한 삶입니다. 열정이 없는 신앙, 불꽃이 없는 설교, 영혼이 없는 얼굴, 뜨거운 사랑 없는 삶! 이제는 떨쳐버려야 할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짧은 지상 생활은 그야말로 불꽃 같은 삶이었습니다. 매일 활활 타올랐습니다. 하루를 천년처럼 그렇게 알차게, 역동적으로 살아가셨습니다. 얼마나 소중한 인생인데, 금쪽같은 순간들이었는데, 아무런 영양가 없이, 빈둥빈둥 허송세월한 지난 삶이 참으로 부끄럽고 송구스럽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우리네 일상이 비록 구차스럽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불꽃처럼 타오르는 삶을 추구해야겠습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 대상, 존재라 할지라도 지극정성으로 대하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게으름, 나태함, 무기력한 삶을 떨치고 일 분 일 초라도 의미 있게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