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며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도록 선포하였다. 이날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모범을 보여 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모든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와 연대,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일깨우고 촉구한다.
오늘은 연중 제33주일이며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만물의 시작이시고 마침이신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의 살아 있는 성전에 온 인류를 모으십니다. 변하는 이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넘어 하느님 나라에 희망을 두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리라 굳게 믿으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갑시다.
제1독서
<너희에게 의로움의 태양이 떠오르리라.>
▥ 말라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3,19-20ㄴ
19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 두지 않으리라.
20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2서 말씀입니다.3,7-12
형제 여러분,
7 우리를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
8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9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여
여러분이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10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11 그런데 듣자 하니, 여러분 가운데에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12 그러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시하고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5-19
그때에 5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7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8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9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0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11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12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13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15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16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17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영성체송
시편 73(72),28
저는 하느님 곁에 있어 행복하옵니다. 주 하느님을 피신처로 삼으리이다.
<또는>
마르 11,23.2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날이 오면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검불처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를 것입니다. 그들은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인내로써 생명을 얻읍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하신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간절히 비오니
성자께서 당신 자신을 기억하여 거행하라 명하신 이 성사로
저희가 언제나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2021년 11월부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요청으로 오늘의 묵상 제공을 중단합니다.
...................................................................................................................................
우리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우리는 바로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오늘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정하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주일입니다. 왜 우리가 가난의 영성을 살아야 합니까?
답은 너무나 명료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가난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당신을 추종하려는 모든 사람들에 가난을 살 것을 당부하셨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쭉 묵상해보면 예수님처럼 가난하게 사신 분이 또 없습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봤을 때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은 절대로 부유하지 않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를 축척하려면 한곳에 오래도록 터를 잡아야 하는데, 그래야 땅값도 올라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마리아와 요셉은 신혼 초부터 헤로데의 영아 살해 사건을 피해 이집트로 삶의 기반을 옮겨갑니다.
거기서 꽤 머물렀는데, 이집트에서 공짜로 밥 먹여줬겠습니까? 요셉은 외국인 근로자로 열심히 일하셨을 것입니다. 마리아도 아기 예수님을 등에 업고 갖가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헤로데가 세상을 떠나자 나자렛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새롭게 거주지를 옮긴 두 분은 또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의 삶도 절대 부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마디로 노숙인의 삶이었습니다. 예수님 스스로도 자신이 노숙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시면서 굶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가끔씩 기회가 닿으면 양껏 드시는 장면이 종종 목격됩니다.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 그리고 사랑밖에 없었던 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누군가를 대신하여 당신 목숨을 내어놓는 일 밖에 없었던 사람이 예수님이셨습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습니다. 노숙인으로 사셨던 예수님이시다 보니 또 다른 노숙인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셨습니다. 나병 환자들, 거지들, 갖은 종류의 병자들, 죄인들, 어린이들, 창녀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복음서 전체를 한번 훑어보면 이 사실은 명백하게 입증됩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아주 드물게 고관대작의 집에 초대도 받으셨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난하고 소외받은 민중들 사이에서 지내셨습니다.
또한 선택의 기로에서 예수님은 언제나 주도권이나 기득권을 쥔 사람들 편이 아니라 가난한 백성들 편에 서셨습니다. 결국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 편이셨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우리는 바로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