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오늘은 부활 제3주일입니다. 부활의 기쁜 소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차분히 살펴볼 때입니다. 무엇보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삶에서 어떤 어려움과 슬픔이 있더라도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게 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우리 삶의 순간순간에 살아 숨 쉬기를 청하며,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성체성사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합시다.
제1독서
<여러분은 생명의 영도자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3,13-15.17-19
그 무렵 베드로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13 “여러분은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넘기고,
그분을 놓아주기로 결정한 빌라도 앞에서 그분을 배척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하느님과 이사악의 하느님과 야곱의 하느님,
곧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종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14 여러분은 거룩하고 의로우신 분을 배척하고
살인자를 풀어 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15 여러분은 생명의 영도자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다시 일으키셨고,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
17 이제,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탓으로 그렇게 하였음을 압니다.
18 하느님께서는 모든 예언자의 입을 통하여 당신의 메시아께서
고난을 겪으시리라고 예고하신 것을 그렇게 이루셨습니다.
19 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리스도는 우리 죄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2,1-5ㄱ
1 나의 자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2 그분은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우리 죄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3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4 “나는 그분을 안다.” 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5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4,35-48
그 무렵 예수님의 제자들은 35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36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37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
38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39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
40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들에게 손과 발을 보여 주셨다.
41 그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42 그들이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리자,
43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셨다.
44 그리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
45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
46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47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48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영성체송
루카 24,46-47 참조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으시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셨으니,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그분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하여라.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영광스러운 부활의 날을 바라며 기다립니다. 의심을 품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이르십니다.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예수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 말씀을 깨닫게 하여 주시기를 청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파스카 신비로 새롭게 하신 주님의 백성을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저희가 육신의 부활로 불멸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2021년 11월부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요청으로 오늘의 묵상 제공을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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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도들처럼 약자의 작은 목소리를 경청합시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요즘에야 먹을 것이 넘쳐 흐르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얼마나 굶주리며 살았는지 모릅니다. 기름기가 흐르는 하얀 쌀밥이나 고깃국은 명절이나 생일 때나 겨우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이면 큰일 날 일이지만, 가족 안에서도 사람에 따라 밥상의 질이 달랐습니다. 어르신들이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는 반찬에도 특별대우가 있었습니다.
한참 먹을 나이때, 어린 제 눈에도 먹는 것에 대한 불공평이 그리도 커 보였습니다. 음식이라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큽니다. 식사 한 끼 그럴듯하게 잘 하고 나면 불평불만이 확 사라지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누구에게는 한우를 내놓고 누구에게는 수입산 돼지고기를 내놓으면 즉시 얼굴빛이 변합니다. 음식에 대한 차별대우가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거룩한 지향을 가슴에 품고 시작한 초대교회 공동체에도 만만치 않은 문제점들이 발생했습니다. 나이, 성별, 학벌, 출신지 등등 모든 것이 다른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여 살다 보니 너무나도 자연스레 사소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는 아주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고 있습니다. 바로 배식에 있어서의 차별대우 문제였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계 그리스도인들이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따진 것입니다. 그리스계 과부들이 음식 배급을 받는데 홀대를 당한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사도들이 취한 조치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자마자 즉시 행동에 옮겼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약자들인 그리스계 과부의 민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약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경청한 것입니다. 그리고 취한 조치는 공평한 식량 배급을 위한 훌륭한 협조자를 일곱 뽑았고 그들에게 식량 배급의 전권을 맡겼습니다.
초대교회 공동체가 지니고 있었던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사도들이 어떻게 대처했는가 하는 것은 오늘 우리 공동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초대교회 공동체의 문제는 곧 오늘 우리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은 커다란 도전과 문제 앞에서 세 가지 구체적인 노력을 되풀이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한한 인내와 용서,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와 의견수렴, 그도 안될 때는 아주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데 망설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