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마라톤 체형’이니 ‘마라톤 체질’이니 하는 말들이 있다. 단단해 보이면서도 몸피가 마르고 날렵한 이들에게 그런 표현을 쓴다. 하지만 체지방이 적고 날렵한 체형은 마라톤을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형성되는 것이어서 닭이냐 달걀이냐 하는 문제와 같이 논리적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과연 마라톤에 유리한 체형과 체질이 따로 있는 것일까? 그런 사람들이 더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고수가 되는 것일까?
흉곽 크기, 다리 길이, 골반 너비가 포인트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마라톤 체형’이란 하면 흉곽이 크고 다리가 긴 체형을 말한다.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엘리트 선수들이 대개 그런 몸을 가지고 있기에 금방 눈에 띈다. 하지만 이 밖에도 마라톤 체형이라 할 수 있는 유형이 더 있다.
하나는 상체와 목이 길고 얼굴이 큰 태양인 체형이다. 이들은 비록 다리는 짧은 경우가 많지만 폐활량이 좋아서 마라톤과 같은 유산소성 운동에서 보다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골반의 형태다. 골반이 크지 않고 좁으면 달리기에 유리하다. 골반이 클 경우에는 골반과 달 리가 이루는 각도도 커져서 달릴 때 힘의 전달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달리기 운동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 기준만 놓고 보자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체형을 가진 경우로 분류될 수 있다.
실제로 어려서부터 달리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여성의 골반은 장거리 달리기에 불리한 상태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엘리트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몇 년간의 훈련 공백을 겪고 나면 골반이 넓어져서 재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영구적인 것은 아니고, 마라톤 훈련을 계속 하다 보면 점진적으로 골반의 각도가 좁아진다. 단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 뿐이다. 필라테스처럼 내측 근육을 단련하는 보조운동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근육분포, 호르몬 구성비율에도 영향
체질적으로는 근육량이 많고(근육이 큰 것과는 다름) 지방이 적으며 체수분량이 적당해야 마라톤에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지방도 적당히 있어야 한다. 지방도 장거리 달리기에서 연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프코스 이하의 장거리 도로경기를 할 때는 지방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 더 유리하다. 또한 근육량이 같을 경우 근육의 분포가 하체에 집중된 체형이 유리하다.
호르몬의 구성비율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과 갑상선호르몬, 성장호르몬, 부심피질호르몬이 많은 체질일 경우 마라톤을 더 잘 할 수 있다. 정신심리학적인 특성도 마라톤 경기력과 관련이 있는데,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마라톤을 잘 한다. 마라톤 경기에서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 투지를 발휘하여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투기 쪽을 택하는 편이 알맞다.
앞뒤로 긴 흉곽, 몽골리안 체형은 상극
마라톤에 유리한 체형과 체질이 있으니 불리한 체형과 체질도 당연히 있다. 먼저 하체가 짧으면서 상체까지 약한 사람이 불리하다. 이런 유형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피로감이 쉽게 오고 기량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어서 마라톤에 흥미를 느끼는 자체가 어렵다. 또한 체형 특성상 달리기와 같은 상하 진동 운동이 독이 될 수도 있다.
흔히 ‘축농증 체형’으로 불리는 전형적인 몽골리안 체형도 불리한 체형이다. 얼굴이 둥글고 넓으면서 코는 낮은 것이 특징인데, 이 경우 심폐호흡기 능력이 떨어져 마라톤과 같은 유산소성 운동을 잘 하기가 어렵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이 유독 마라톤에 강한 것은 단지 하지장이 길고 날씬해서만이 아니라 얼굴이 앞뒤로 길고 기타 호흡기 구조가 좋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흉곽이 앞으로 숙여져 있으면서 흉곽의 앞뒤 길이가 긴 체형이 불리하다. 이는 곱사등이거나 노환으로 인해 허리가 앞으로 기운 경우 나타나는 특징으로서 척추 교정과 같은 치료가 선행되지 않으면 마라톤을 하기가 어렵다.
불리한 체형과 체질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
만약 자신이 ‘불리한’ 체형이나 체질에 해당한다 해도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 전문 선수들 중에도 마라톤에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적인 선수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후진국 선수들 중에 그런 예가 있니다. 이런 선수들도 지속적인 훈련과 보조운동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른바 우리 몸이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특정 스포츠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하는 것인데, 체형은 물론 호르몬의 분비도 일정 수준까지 변화할 수 있게 된다. 동호인들도 신체조건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마라톤을 즐길 생각이라면 자신의 단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당한 보조운동을 찾아야 한다.
척추 이상이나 노환으로 인해 흉곽이 앞으로 숙여져 있는 경우에는 척추교정과 운동요법(요가, 체조)으로 자세롤 바로잡은 뒤에 달리기를 하는 것이 좋다. 전형적인 몽골리안 체형으로서 코 호흡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턱걸이, 요가, 필라테스(내측 근육 강화) 등이 도움이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다.
하체가 짧으면서 상체까지 약한 경우에는 상체를 강화하는 보강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체형적 여건상 피로가 많이 쌓이게 되므로 음식 섭취에도 신경써야 한다. 비타민 A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고 토마토, 포도 등 붉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