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의 부엌 *
한옥의 부엌은 신성한 불을 담는 공간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조왕신, 조왕각시, 부뚜막신, 수명, 재운의 신을 모시는 공간으로서
복을 기원하는 운명론적 측면도 담고 있었다. 부엌이 서쪽에 위치한 것은
밥을 풀 때 주걱이 안쪽으로 향하게 되어 복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며,
키질을 부엌을 향해 하지 않는 것도 조왕신을 모신 신성한 공간이자
부정을 씻어주는 정화의 공간이라는 의미와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부엌 안에 가사공간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채마밭,
장독대와 우물가, 확돌, 방앗간, 광 등 인접한 마당과 주변 공간에 걸쳐 부엌일이 이루어졌으며,
문은 앞뒤로 두고 김치, 젓갈 등의 발효식품을 저장하기 위해 부엌 옆에 찬방을 설치했습니다.
살림 규모가 큰 집들은 부엌 외에 만찬을 장만하는 반빗간을 따로 두기도 했으며,
뒷마당에도 대소사 때 부엌의 보조역할을 할 수 있는 한데부엌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염집들의 부엌들과 달리 창덕궁 연경당에는 일각문을 따로 세운 독채 부엌이 있습니다.
일반 사대부가의 생활을 동경해서 지은 선비집이지만 안채의 화재를 막고
음식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부엌을 두지 않는 궁궐형식을 따랐다고 합니다.
따뜻한 제주도의 부뚜막은 아궁이가 있지만 방과 떨어져 재를 모아두는 용도였으며,
방의 건너편으로 부뚜막을 두기도 해 단순히 조리만 담당했습니다.
화로의 역할을 하는 부섭이 마루에 설치되었다. 한 지붕 아래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부엌이 따로 존재하거나 같은 부엌이라도
살림이 나뉘어져 있는 것은 제주의 오랜 풍습입니다.
부엌 벽의 반을 차지하는 살창은 채광과 환기를 담당하며 살강과 그릇장, 물두멍 등을 배치하였고,
밤마다 방을 데우기 위해 불씨를 관리하고 낮은 부뚜막에서 1년 365일 조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할머니들의 굽은 허리는 부엌의 부뚜막 때문이라는 말이 괜한 이야기는 아닌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