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중 / 성백군
주일 아침
예배드리러 가는 길가 호수에
크고 흰 새 한 마리
말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부리를 닫은 채
수면만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도
깃털 하나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다
묵상 중
무엇을 먹을까?
오늘은 어디 가서 어떻게 살지?
해가 구름 속에서 나온다
반짝반짝
빛이 물 위를 뛰어다닌다. 말씀이다
뒤가 따뜻해지며
굽은 등이 저절로 펴진다
1565 -122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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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김재묵 목사
저에게는 “묵상”이라기보다 예배자의 자세로 먼저 다가왔습니다. 말뚝 위에 앉아 고개 숙인 흰 새의 고요함이, 주일 아침 예배 길에서 이미 마음을 낮추고 주님 앞에 서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특별히 부리를 닫은 채 수면만 바라보는 장면은, 말이 줄어들고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는—예배가 깊어질 때의 그 침묵 같았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살까” 하는 현실의 생각들까지도, 예배 안에서 주님께 올려드리며 내려놓게 되는 과정으로 읽혔습니다.
마침내 “빛이 물 위를 뛰어다닌다. 말씀이다”에서, 예배의 중심이 ‘분위기’가 아니라 말씀의 임재임이 선명해졌고, “뒤가 따뜻해지며 굽은 등이 저절로 펴진다”는 고백은 제게 완전한 예배의 영적 체험처럼 들렸습니다.
예배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주일 아침 길에서 이미 예배의 삶이 시작되고 완성되는 시였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