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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송학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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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강론 스크랩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미카엘라 추천 0 조회 14 15.09.29 07:1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2015. 9. 29. 화)(요한 1,47-51)

 

<천사>

 

성경을 보면, 천사가 나타난 일과 하느님께서 나타나신 일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천사가 하는 말과 하느님의 말씀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예가 '하가르'가 천사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주님의 천사가 다시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의 후손을 셀 수 없을 만큼 번성하게 해 주겠다(창세 16,10).'"
"하가르는 '내가 그분을 뵈었는데 아직도 살아 있는가?' 하면서,
자기에게 말씀하신 주님의 이름을
'당신은 `저를 돌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라고 하였다(창세 16,13)."

 

여기서 천사가 하는 말을 보면,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 분명히 하가르는 하느님을 직접 뵌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천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하가르는 자기가 천사를 만난 일을 하느님을 직접 뵌 일로 생각하고 있고,
천사가 한 말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하가르는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을 제대로,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었고,
믿고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을 즈카르야가 안 믿었을 때,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한 말도 좋은 예가 됩니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루카 1,19-20)."

 

여기서 '내 말'은 겉으로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이지만,
실제로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사실 즈카르야는 천사가 전해 준 말, 즉 천사의 말을 안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하느님 말씀을 안 믿은 것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천사가 하는 말을 천사의 말로만 생각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는 안 믿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말씀과 다른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말씀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천사가 하는 말은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또 천사는 하느님의 뜻과 다르게 자기 마음대로 일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시키신 일만 해야 합니다.
그 '일'에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천사가 나타난 것은 하느님께서 나타나신 것과 같습니다.

 

(만일에 천사가 자기에게도 자유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하느님의 뜻과 다르게 자기의 의견과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말한다면?
그러면 그 말은 사탄의 말이 되어버립니다.
사탄은 원래는 천사였다고 전해집니다.
아마도 분명히 천사와 사탄에게도 자유의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천사는 자기의 자유의지를 누르고 하느님께 백 퍼센트 순종하는 존재입니다.
반대로 사탄은 자기의 자유의지를 내세우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천사 축일을 지내는 것은 '천사 숭배'도 아니고,
어떤 특정한 천사를 공경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이라는 천사를 보내 주신 하느님의 자비를
경축하고 공경하기 위한 것입니다.
천사를 숭배하는 일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겸손한 체하거나 천사를 숭배하는 자들에게 속아서
여러분이 받을 상을 빼앗기지 마십시오(골로 2,18.공동번역)."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천사가 나타나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타나신 것과 같다." 라는 말을
"천사라는 존재는 원래 없고 하느님께서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것이다."
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천사라는 존재는 분명히 있고,
천사는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 우리 교회의 믿음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만드신 것은
당신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니 아무것도 필요 없는 분입니다.
따라서 뭔가가 꼭 있어야만 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을 직접 뵙는 것을 두려워할 때가 많기 때문에(탈출 20,19)
천사들이 중간에서 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을 직접 뵙고, 하느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었는데,
인간들의 죄가 늘어날수록 하느님과 인간들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고,
하느님을 직접 뵙는 것을 점점 더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인간들에게서 멀어지신 일이 아니라,
인간들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일입니다.)

 

어떻든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만드시고 보내 주시는 것은 인간들에 대한 자비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니,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루카 6,36).

 

히브리서 저자는 천사에 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천사들은 모두 하느님을 시중드는 영으로서,
구원을 상속받게 될 이들에게 봉사하도록 파견되는 이들이 아닙니까?(히브 1,14)"
천사들이 하는 일은 하느님을 시중드는 일과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일입니다.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가 올바르게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들에게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면
우리도 천사들과 같은 일을 한다는 뜻이 됩니다.
천사들과 같은 일을 한다면, 우리가 곧 천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부활하게 되면 천사들과 같아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루카 20,36).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고 살다가 갑자기 천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부터 천사처럼 살아야 그때에 진짜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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