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동지기도 안내문
12월 22일은 일년 중에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입니다.
동지를 아세(亞歲)라고도 하는데, 이는 다음 해가 된다는 뜻으로 동지를 기해서 해가 점차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동지 때가 되면 생명과 광명의 주인인 태양신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한다고 믿고 축제를 벌이고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지금은 이와 같은 풍속이 다 사라지고 없어지다시피 하였지만, 고대로부터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 하여 정초에 떡국을 끓여 먹고 조상께 제사를 올리듯이 팥죽을 쑤어서 시식을 하고 사당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동지 때 팥죽을 쑤어 먹는 이유는 귀신은 팥죽을 가장 무서워한다고 하여 악귀나 액운을 방지하고 터를 보호하기 위하여 팥을 죽으로 쑤어서 뿌리기도 하고 먹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님들! 우리가 동짓날에 정성껏 기도를 드리고 법회를 하는 까닭은 앞에서 밝혔던 민속신앙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되돌려 올바른 생활을 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불자들은 어떤 자세로 귀신이나 잡귀들을 물리치고 또 어떤 마음 가짐으로 동지를 맞이해야 할까요?
먼저 귀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야 하겠지요. 경전에 의하면 불법을 지키고 중생을 옹호하는 신중(神衆)의 무리가 선(善)한 귀신으로 표현되며, 야차, 나찰, 구반다, 건달바, 용 등의 귀신이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교적으로 말할 때 귀신이라는 표현보다는 마(魔)라는 단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루려고 할 때 이를 방해했던 마왕(魔王) 파순(波旬)을 비롯해서 좋은 일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사람의 목숨을 뺏어가는 악한 귀신등 모두가 마(魔)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가 익어갈수록 마의 방해가 심해진다는 말입니다. 마장(魔障)이 끼었다는 말도 마가 방해를 놓는다는 뜻입니다. 모처럼 신심을 내서 절에 오려고 하는데 뜻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든지, 열심히 기도했는데 오히려 결과가 나쁘게 나온다든지 하는 일들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임제스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달마(達磨)가 무엇이냐?」 제자가 답하기를 「달마란 바로 마(魔)를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마(魔)는 원래 마(磨)였지요. 그것은 양(梁)나라 때부터 마(魔)라 쓰였습니다. 달마대사라고 할 때의 마(磨)는 곧 마(魔)입니다.」
「그러면 달마의 경지를 아느냐?」「예, 달마란 능마(凌魔 -능히 마를 건널수 있는 경지)나 항마(降魔 - 마를 이기는 경지)가 아닙니까?」「아니다 틀렸다.」「그럼 무엇이 달마 입니까?」「마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 천마(天魔)로써 그것은 어떤 것을 하려 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의로운 일을 하려 할 때라던가, 아니면 배움의 길을 시작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 천마이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나타나는 것이고, 그것은 바른 법(法)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지. 둘째는 오음마(五陰魔)로써 그것은 하지 않으려 할 때 나타난다. 그것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바른 선(禪)을 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예, 그것은 일심(一心)입니다.」「그렇다. 오음마는 바로 그러한 때에 나타나는 것이다. 주위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나무, 집, 사람, 또는 원한이나 여러 상황들… 너무도 많은 것이 있지.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잊으려고 해 보라. 그것들이 그냥 있겠는가? 그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없애려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번뇌마(煩惱魔)로 무엇인가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근심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달마(達磨)란 능마나 항마(降魔)가 아니라. 그것은 천마(天魔), 오음마(五陰魔), 번뇌마(煩惱魔)가 들어오지 못하는 경지이다.
그것은 바로 무심(無心)의 경지이지. 마(魔)란 무엇을 가리고 나누는 것이다. 행복이나 불행 같은 것, 무심(無心)은 그러한 것이 없는 즉,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네」「집착하지 않으나 마음을 내는 것이라… 아, 그것은 도가(道家)의 무위(無爲)나 같은 것인지요?」「그렇다」
이상의 대화에서 보듯이 우리 불자들이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이 마음에 틈이 있게 되면 언제든지 마(魔)가 들어오게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동지기도를 드리는 이유도 무언가 소원을 이루려는 뜻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을 단속하여 어떤 귀신이나 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음가짐을 바로 하는데 있습니다.
아울러 올해의 시작도 천배 정진으로 시작하였듯이 갑오년 1월 5일 일요일 새해 첫 일요법회에 천배정진을 시작합니다.
계사년 동지법회 12월 22일 일요일 오전 11시
* 새해 달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 12월 29은 동래유인 정순애님(광주보살님)의 2주기 제사가 있습니다.
갑오년 천배정진 2014년 1월 5일 일요일 오후 2시
* 준비물; 간편한 복장과 수건
불기 2557년 12월 문수사 주지 혜각 합장